정상혁 신한은행장이 통합신한은행 첫 재연임 행장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한금융지주가 연말 임기를 마치는 계열사 대표이사 승계절차를 본격화한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향후 거취가 최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정 행장이 신한은행에 남든 신한은행을 떠나 신한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기든 이례적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며 '리딩뱅크'를 탈환한 실적을 놓고 볼 때 정 행장이 신한금융 안에서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통합 신한은행 사상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받는 행장이 된다.

정 행장이 만약 지주로 자리를 옮긴다면 이는 지주 출범 뒤 처음으로 다음 회장 후계자 양성을 위해 별도의 직책을 만드는 사례가 될 수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 행장은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하든 신한금융지주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든 신한금융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2024년 말 2년 임기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연말에도 임기를 연장한다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뒤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받은 행장이 된다.

전체 신한은행 역사로 보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세 차례 임기(당시 임기는 3년)를 이어간 사례가 유일하다.

정 행장이 이번에 1년 이상의 임기를 받아 행장 자리를 유지한다면 통합 신한은행 출범 뒤 처음으로 5년 이상 행장을 맡게 된다.

통합 신한은행 출범 뒤 최장수 행장은 2010년대 초반 신한은행을 4년3개월 동안 이끈 서진원 전 행장이다. 당시 서 전 행장은 연임 행장으로 첫 임기 1년3개월에 새 임기 3년을 받았다.

이번이 3연임이 아닌 재연임 도전인 점은 정 행장의 연임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 행장은 2024년 말 첫 연임에 성공하며 다른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1년이 아닌 2년 임기를 받았다. 당시 1년 임기를 받았다면 이번 도전은 세 번째 연임 도전이 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 행장이 연말 인사에서 신한은행을 떠나 지주에서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 역시 회장 승계 구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주로 신한은행장을 지낸 인물을 지주 회장으로 낙점했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 출범 뒤 역대 회장 4명 가운데 3명이 신한은행장 출신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 뒤 합을 맞춘 은행장은 정 행장뿐이다.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도 정 행장의 자리가 고민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정 행장이 지주로 자리를 옮긴다면 사실상 ‘부회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이 지주에 정 행장을 위한 자리를 만든다면 이 또한 신한금융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사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KB금융이나 하나금융처럼 부문장이나 부회장 없이 계열사 대표를 발탁해 경영 승계를 진행했다.

신한금융이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은행장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한 점도 변수로 여겨진다.

신한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세대교체에 무게를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들어 현직인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아닌 이재근 KB금융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정 행장의 성과를 고려했을 때 은행이든 지주든 신한금융 안에서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행장은 2024년 신한은행을 ‘리딩뱅크’에 올려놨다.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은 것이다. 2025년에는 주춤했으나 2026년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 순이익인 2조4585억 원을 내면서 다시 은행업계 선두에 섰다.

▲ 신한은행이 2026년 상반기 리딩뱅크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올해 신한은행은 ‘기관영업의 꽃’이라 평가되는 시금고 쟁탈전에서도 중요한 고지인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를 모두 수성하면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금융지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퇴직연금 사업에서는 신한은행이 전 금융권 적립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뒤 삼성생명이 줄곧 선두를 유지했으나 신한은행이 2026년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순위를 뒤집었다.

정 행장은 진 회장과 오래 일한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평가된다.

정 행장은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일한 첫 해에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 뒤에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재무계획 수립 및 실행을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 부행장에 올라 진 회장과 일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정 행장을 포함해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12개 계열사 대표이사의 승계절차를 진행한다. 사전에 수립된 회차별 계획에 따라 후보군 심의를 진행한다.

최종 추천된 후보는 각 자회사 임추위 심의를 거쳐 2027년 1월 새 임기를 시작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