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자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8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새 주인이 될 주체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 제일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상품 공급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만 5천억 원이 넘는데다 인수 뒤 상품 구색과 매출을 정상화하기까지 투입해야 할 추가 자금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홈플러스 상황을 종합하면 대형마트 67곳과 본사·온라인사업부문을 묶어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 인가에 따라 대형마트사업 매각에 착수했다.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국내외 잠재적 인수후보에 투자안내서를 배포했으며 10월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사업은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매각된다. 매각 대상에는 영업 중인 점포와 본사·온라인사업, 자가점포 부동산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산과 계약이 포함된다. 폐점한 자가점포 19곳은 개별 부동산으로 처분한다.
홈플러스는 앞서 대형마트 점포망을 126곳에서 67곳으로 줄였다. 기업형슈퍼마켓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하림그룹 계열사 NS쇼핑에 별도로 매각했다.
일부 점포와 슈퍼마켓사업을 덜어내면서 인수자가 넘겨받을 사업구조는 이전보다 단순해졌다.
삼일회계법인은 67개 점포를 기준으로 대형마트사업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 원대 초반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매각가는 인수후보가 언제 등장하는지와 거래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상품 공급이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2026년 4월30일 기준 미지급 상품대금은 4102억 원이다. 9월 법원에서 인가된 최종 회생계획에 반영된 미지급 상품대금은 5032억 원으로 늘었다.
단순 비교하면 4개월 동안 930억 원가량 증가했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품 매입과 관련한 미지급 부담이 추가로 커진 셈이다.
홈플러스는 이 기간 영업 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잇달아 확보했다.
우선 6월2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NS쇼핑에 매각해 1206억 원을 마련했다.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천억 원의 긴급운영자금도 조달했다.
두 자금을 합치면 3천억 원이 넘는다. 다만 해당 자금을 모두 신규 상품 구매에 투입할 수는 없었다. 상품 확보와 함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기존 비용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67개 점포의 영업은 재개됐지만 상품 구색과 거래조건은 아직 과거 수준까지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납품조건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뀐 상태다.
현재 홈플러스는 일부 납품업체에 상품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물건을 공급받고 있다. 상품을 먼저 공급받아 판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대금을 지급하는 대형마트의 일반적 거래방식과 차이가 있다.
주요 제조사들도 과거처럼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공급하기보다 판매량이 많은 핵심 상품을 중심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금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품목과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된 데 이어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기존 미지급 상품대금의 상환 일정도 거래조건 회복에는 부담 요인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미지급 상품대금 5032억 원 가운데 0.5%는 2028년 2월까지, 20.3%는 2029년 2월까지 지급한다. 나머지 79.2%는 2030년 2월까지 상환한다.
기존 채권과 신규 거래대금은 법적으로 구분되지만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발생한 상품대금 대부분을 돌려받기까지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외상거래 규모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상품 공급의 제약은 추석 영업에서도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8월6일부터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것과 대조된다. 선물세트처럼 사전에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품군에서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매출 흐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9월 둘째 주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액은 138억7470만 원이었다. 재개장일인 8월13일이 포함된 8월 둘째 주보다 약 60% 감소했다.
홈플러스가 8월13일부터 30일까지 67개 점포에서 거둔 매출은 1164억 원이었다. 한 달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940억 원으로 회생계획에서 제시한 2028년 월평균 매출 목표보다 약 870억 원 적다. 홈플러스는 당시 상품 납품이 정상화되면 영업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점 부동산 매각대금 역시 상품 구매에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폐점한 자가점포 19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1조4192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자금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등에 설정된 선순위 신탁담보채권을 갚는 데 우선 사용된다.
67개 점포 매각이 성사되면 인수대금과 거래조건을 반영해 회생계획도 다시 변경한다. 다만 상당수 부동산이 채권 변제계획과 연결돼 있어 보유 부동산 가치만으로 상품 구매와 영업 정상화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인수후보는 홈플러스를 사는 가격뿐 아니라 인수 뒤 추가로 투입할 운전자금까지 함께 계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상거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품 종류와 물량을 늘릴수록 먼저 지급해야 할 현금도 커진다. 반대로 상품 구색을 제한하면 고객과 매출을 되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향후 매각 및 운영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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