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셰리 위스키의 왕' 글렌드로낙 200주년, 창업자 시대 접목한 '14년' 한정판 맛보니

▲ (왼쪽부터) 글렌드로낙 12년과 글렌드로낙 15년, 글렌드로낙 18년, 글렌드로낙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12년, 15년, 18년 그리고 14년.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서울강남에서 열린 '더 글렌드로낙 200주년 마스터 클래스'에서 준비된 시음잔에는 이와 같은 숙성 연수 순서대로 위스키가 마련돼 있었다.

마지막 시음잔에는 가장 오래 숙성한 위스키를 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글렌드로낙은 200주년 기념 한정판인 14년 숙성 위스키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을 내놨다. 2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인데도 가장 오래 숙성한 위스키를 주인공으로 세우지는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글렌드로낙은 맥캘란과 함께 셰리 위스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1826년 제임스 알라다이스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본인 농장 부지에 세운 증류소다. 그 땅의 옛 이름이 바로 '보인스밀'이라는 점에서 그 정통성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이날 행사장에는 글렌드로낙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숙성한 '더 글렌드로낙 1968'도 모습을 드러냈다. 1968년 증류한 원액을 56년 동안 숙성한 제품으로 세계에서 200병만 생산됐고 한국에는 3병이 들어왔다. 1병당 수천만 원가량 하는 초고가 제품인 만큼 더 글렌드로낙 1968은 눈으로 보고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참석자들이 직접 잔을 들고 비교한 제품은 글렌드로낙 12년과 15년, 18년, 그리고 14년 숙성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이었다. 

200년의 역사를 희소한 초고숙성 제품 하나로 과시하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마실 수 있는 제품 안에 어떻게 담아낼지를 고민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 '셰리 위스키의 왕' 글렌드로낙 200주년, 창업자 시대 접목한 '14년' 한정판 맛보니

▲ 더 글렌드로낙 증류소 설립 20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더 글렌드로낙 1968'이 행사장 내부에 전시돼 있다. <한국브라운포맨>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이 기존 제품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숙성 연수가 아니라 오크통이다.

글렌드로낙은 생산량의 90% 이상을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할 정도로 셰리 캐스크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 역시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캐스크를 사용했지만 여기에 클라레 레드 와인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하는 과정을 더했다.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의 종류다. 셰리 캐스크는 셰리를 담았던 오크통이다. 클라레는 과거 영국에서 보르도산 레드 와인을 가리키던 표현이다.

글렌드로낙은 이를 1826년 증류소를 세운 제임스 앨러다이스가 보인스밀 하우스에서 손님들을 불러 모아 술과 음식을 대접했던 역사와 연결했다. 200년 전 창립자의 생활방식을 새로운 숙성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시음만으로도 14년 제품이 갖는 차이를 비교적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 '셰리 위스키의 왕' 글렌드로낙 200주년, 창업자 시대 접목한 '14년' 한정판 맛보니

▲ 증류소 설립 2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더 글렌드로낙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 제품이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한국브라운포맨>

12년과 15년, 18년으로 갈수록 말린 과일과 견과류, 초콜릿처럼 글렌드로낙이 내세우는 셰리 캐스크 특유의 풍미가 짙어졌다면, 보인스밀에서는 잘 익은 베리류의 향이 좀 더 앞으로 나왔다.

숙성 연수만 놓고 보면 18년보다 4년 짧지만 색은 18년과 비슷할 정도로 짙은 구릿빛을 띠었다. 말린 과일과 견과류에 과실향이 더해지면서 기존 글렌드로낙의 무거운 셰리 캐스크 성격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풀어냈다는 인상을 줬다. 

김용주 더 글렌드로낙 브랜드 앰버서더는 이날 행사장에서 12년과 15년, 18년이 셰리 캐스크라는 글렌드로낙의 전통을 보여주는 제품이라면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에는 그 위에 보다 화려한 표현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내놓는 방식도 초고가 한정판 출시와 차별화했다.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은 국내에 모두 3천 병이 들어왔으며 권장소비자가격은 18만 원이다. 9월 초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우선 판매한 뒤 판매처를 넓힌다. 

호텔에서는 단순히 병만 판매하지 않는다. 24층 '1914 라운지앤바'에서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과 글렌드로낙 18년을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객실 패키지에는 15년과 18년, 21년, 보인스밀을 비교 시음하는 구성을 넣었다. 

병 하나 희소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숙성 연수 제품을 나란히 맛보면서 차이를 확인하게 하는 데 소비자 경험의 초점을 맞춘 셈이다.
 
[현장] '셰리 위스키의 왕' 글렌드로낙 200주년, 창업자 시대 접목한 '14년' 한정판 맛보니

▲ 김용주 더 글렌드로낙 앰버서더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서울강남에서 더 글렌드로낙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선택은 국내 위스키 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3년 3만586톤에서 2024년 2만7441톤, 2025년 2만2581톤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올해 1~7월 수입량도 1만658톤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반면 소비자가 위스키 한 병에 쓰는 돈까지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에서는 올해 위스키 매출 가운데 싱글몰트 비중이 61%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높아졌고 1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 매출은 126% 증가했다.

마시는 위스키의 양은 줄어도 한 병을 고를 때는 증류소와 숙성 방식의 차이를 따지는 소비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글렌드로낙이 200주년을 맞이해 한국 소비자 앞에 강조한 지점도 이런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56년이라는 오래된 숙성 연수를 앞세우기보다는 차별화한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14년짜리 제품을 앞세워 글렌드로낙만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