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가 6월 중 전례 없는 대규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투자자 자금을 대거 끌어들여 하반기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스페이스X 로켓 설비.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이란 전쟁 여파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데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며 투자자 자금을 대거 흡수해 갈수록 불리한 기업공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블록버스터급 대어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가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산소’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다”며 “다른 기업들이 그늘에 가려지고 말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가 투자금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6월 중 기업공개를 목표로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장으로 조달하려는 목표 금액은 750억 달러(약 111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최고 기록이던 아람코의 290억 달러(약 43조 원)를 크게 웃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높은 인지도와 그를 지지하는 강력한 투자자 기반, 우주항공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는 투자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이라며 올해 기업공개에 나서는 다른 기업들에 돌아갈 몫이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올해 들어 미국 기업공개 시장은 다소 위축되어 있다. 투자기관 르네상스캐피털은 연초부터 현재까지 상장 절차에 나선 기업들의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줄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유가 상승, 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위기 재현 리스크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자금 조달 규모가 목표대로 전례 없는 수준을 기록한다면 다른 기업들에 돌아갈 투자자 자금은 자연히 줄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 스페이스X와 더불어 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던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상장을 앞두고 생성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와 합병했다. 결국 스페이스X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직접적 경쟁사로 거듭나게 됐다.
자연히 스페이스X가 선제적으로 기업공개에 나선다면 주요 투자자들의 성격이 대부분 겹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오픈AI 기업로고가 띄워진 스마트폰 화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만약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해 목표한 만큼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 증시에서 지난 10년 동안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상장으로 확보한 금액 총합에 맞먹는다는 조사기관 피치북의 분석이 제시됐다.
현재 전 세계의 지정학적 및 거시경제 상황,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 투자심리 불안 등을 고려한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규모로 여겨진다.
스페이스X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가능성에도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기업공개가 추진되는 만큼 예측이 불가능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스페이스X의 연매출이 160억 달러(약 24조 원)에 불과한 반면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946조 원)를 목표로 상장을 시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투자기관 레퀴지트캐피털의 분석을 전했다.
레퀴지트캐피털은 스페이스X 상장이 이미 상당한 화제를 모아 “단물이 다 빠졌다”며 기업공개 뒤 주가 상승 가능성에 기대감이 다소 낮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피치북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결국 미래 신사업을 향한 일론 머스크 CEO의 비전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을 블룸버그에 전했다.
스페이스X가 실적과 같은 구체적 숫자보다 공상과학에 가까운 미래 비전을 투자자들에 제시하면서 가치를 증명하는 데 쉽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도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기관 투자자들에 관심을 모으는 일은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스페이스X 상장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다시금 투자자 자금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공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던 대어가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를 거둔다면 오히려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더욱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사기관 IPOX는 로이터에 “상장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이라고 해도 성공을 위해서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스페이스X가 자금 조달 목표치를 낮추는 방안도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