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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베를린 가전박람회에서 날카로운 신경전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9-04 15: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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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 베를린 가전박람회에서 날카로운 신경전  
▲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부 사장(오른쪽)

세계 가전업계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장외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LG전자 임원이 삼성전자 제품을 파손하는 일이 벌어져 공방을 벌이는 등 라이벌간 과열경쟁 양상을 띄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LG전자는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 삼성 “LG전자의 고의성 조사중”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임원 A씨는 부하직원과 함께 지난 3일 오후 베를린에 있는 새턴 유로파센터 매장을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인 ‘크리스털 블루도어 세탁기’를 살펴 봤다.

문제는 이들이 만진 세탁기 제품이 고장나면서 발생했다. 매장직원은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이들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지 숙소에서 신분확인 등을 위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측은 CCTV에 A씨 등이 삼성전자의 세탁기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뒤로 힘껏 눌러 연결부(힌지)를 파손한 장면이 촬영됐다며 고의적 파손이라고 주장했다.

A씨 등 LG전자 직원들은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다가 결국 문제가 발생한 세탁기를 포함해 총 4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매장측과 합의했다. 경찰도 이들이 합의하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A씨 외에 다른 LG전자 직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베를린 내 다른 매장의 삼성전자 제품을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새턴 슈테글리츠의 매장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러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FA를 앞두고 국내기업 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황당하다”며 “비슷한 피해사례가 있는지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은 삼성전자가 이번 IFA에서 선보일 프리미엄 세탁기이다. 이 제품은 지난 5월 독일 3대 잡지 중 하나인 ‘엠포리오 테스트 매거진’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 LG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

LG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해명자료를 내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전자는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제품을 훼손하려 했다면 다른 직원도 아닌 연구원들을 보냈겠냐”며 “정말로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발각되지 않을 만한 사람을 보내는 등 보다 계획적으로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어 “연구원들이 해외출장 때 현지매장을 방문해 자사와 경쟁사의 제품을 비교해보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일반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며 “테스트 과정에서 유독 특정업체의 제품만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해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LG전자는 파손혐의를 부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임원과 매장직원간 원활치 못한 의사소통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품질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됐다고 설명한 것을 매장직원이 잘못 알아들어 혐의를 부인했다는 오해가 나온 것”이라며 “경찰이 출동해 원만한 합의를 제안했지만 연행되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 삼성, 최대규모 전시관 운영 vs LG, 작지만 알찬 구성 강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FA 개막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그만큼 IFA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IFA는 1924년 처음 열린 유럽 최대의 가전제품 전시회로 올해로 9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전시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을 연 ‘시티큐브 베를린’에 단독 전시관을 꾸몄다. 삼성전자 전시관 규모는 8730㎡(약 2640평)로 참가업체 중 최대규모다. 특히 단독 전시관을 꾸미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이곳에서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의 가전기술을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커브드 초고화질(UHD) TV를 주제로 한 디지털 아트 ‘커브의 기원’이라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벤트를 연다. 세계적 디지털 아티스트인 미구엘 슈발리에가 작품을 직접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48인치부터 105인치까지 총 72대의 커브드 TV 제품군을 공개한다.

생활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군을 대거 선보인다. 미리 설정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기술을 적용한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세척력을 강화한 식기세척기 등이 소개된다. 이밖에 로봇청소기와 전자레인지 등 약 140가지 생활가전제품들도 전시된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전시관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657㎡(약 80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전시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한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전시회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는 울트라 올레드(OLED) TV와 초대형 UHD TV 등 주력제품인 TV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운다. 울트라 올레드 TV는 세계 TV시장의 중심을 OLED TV로 바꾸겠다며 LG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제품이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49인치부터 105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UHD TV를 선보인다. 기존 4K (3840×2160) UHD TV보다 화질이 4배 더 선명한 8K (7680×4320) UHD TV도 전시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통합 브랜드인 ‘코드제로(Cord Zero)’ 제품군을 유럽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LG전자는 코드제로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업계 최초로 청소기 전 제품군에 무선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는 더 진화된 ‘홈챗(HomeChat)’을 공개한다. 홈챗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과 소통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처음 공개됐다.

LG전자는 에어컨이나 냉장고 외에도 로봇청소기와 스마트 조명 등으로 서비스 지원 제품을 확대했다.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 사장은 “LG만의 독보적 화질 기술력과 사용자 편의성에 기반을 둔 스마트 기술로 고객의 삶을 더 윤택하고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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