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판매 영토 확대를 노린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매월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의선 현대차 유럽서 판매 반등 절실, '제네시스 전기차' 앞세워 고급차 영토 확대 나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배마에서 열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그동안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에서 부진한 판매량을 보여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선 회장이 유럽 시장 공략의 중심 축으로 제네시스 전기차를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네시스는 지난 15일 유럽 판매 지역을 기존 독일, 영국, 스위스 3개국에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포함한 7개 나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분위기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미국 시장에서 매월 역대 최다 판매량 기록을 새로 쓰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주춤한 상황이다.

올해 현대차 유럽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월 0.6%, 2월 7.2%, 3월 5.8%, 4월 3.3% 감소했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가 줄었다.

현대차는 이번 유럽 판매 지역 확대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대 자동차 시장 모두에서 제네시스를 판매하게 됐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처음 내놓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의선 현대차 유럽서 판매 반등 절실, '제네시스 전기차' 앞세워 고급차 영토 확대 나서

▲ 제네시스 첫 전동화모델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60. <현대차>


정 회장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신규 시장에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60과 중형 SUV GV70 전동화모델, 준대형 세단 G80 전동화모델 등 전기차로만 3가지 라인업을 먼저 내놓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전기차 전환까지 10년 남은 상황에서 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량은 2660대에 그쳤다. 제네시스 글로벌 전체 판매량 가운데 유럽 판매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중형차 이상을 선호하는 국내보다는 준중형 이하 모델을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GV60의 판매량이 부진한 것은 현대차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과 영국 벤틀리, 이탈리아 페라리 등 고급차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낮은 인지도가 판매량 부진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레이싱팀을 만들어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도 유럽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네시스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경쟁사들보다 유럽 시장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 회장은 2021년 9월 발표한 ‘퓨처링 제네시스’ 영상에 직접 등장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