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인공지능 100조 투자와 온 국민 AI 활용" 나선 이재명 대통령께!

이재명 대통령의 'AI 100조 투자'와 '전 국민 AI 활용'을 두고, 국가정보화 및 초고속인터넷 보급 당시를 거울 삼아 영리한 정책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 목표가 국가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티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량원펑 딥시크 최고경영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겸 기술고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회장 등등.

가까운 시기에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보이는 빅테크 업계 '거물 인사'들이다. 아마도 이재명 대통령과 만남 일정이 잡히는대로 줄줄이 방한 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방한 준비를 서두르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GPT)' 개발업체 오픈AI의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12일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이다.

권 최고전략책임자는 지난 5월26일 방한해 한국법인 설립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2주 만에 다시 찾았다.

권 최고전략책임자는 한국 파트너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그동안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혀왔다.

업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권 최고전략책임자가 다시 방한한 시점에 주목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AI 투자 100조원' 공약을 하며 '전 국민 인공지능 활용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권 최고전략책임자는 이 대통령 취임 첫 날(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축하 글을 올리고, 이재명 정부의 AI 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실에 경제성장수석비서관과 AI수석비서관 직책을 두는 내용의 대통령실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AI 공약 실행 의지를 분명히 한 점도 오픈AI를 몸달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글로벌 빅테크 업계 거물 가운데 누가 가장 먼저 방한 길에 오를 지도 관심꺼리다. 권 최고전략책임자의 연이은 방한을 두고, 올트먼 최고경영자의 방한 및 이 대통령과 만남 일정 등을 조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픈AI는 최근 한국법인 서울사무소에서 일할  직원 공채도 시작했다.

구글 역시 한국 정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공개된 국내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한국 AI 같이 가요"라고 외쳤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너무 좋았고 정말 놀라운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늘 새로운 기술을 선도해 온 나라"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또 삼성전자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최고의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 팀처럼 협업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당시는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시기로, 지지율 1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2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AI 100조 투자'를 공약했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 쪽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한국은 '블루오션'으로 꼽힐 수 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자리까지 만들어 AI 100조 투자를 통한 전 국민 인공지능 활용 시대 공약을 밀어부칠 태세이고, 디지털 AI 교과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정보화도 클라우드와 AI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쌓은 실적은 다른 나라 진출 시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업계 '신흥 거물 인사'들의 방한도 줄이을 전망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인공지능 100조 투자와 온 국민 AI 활용" 나선 이재명 대통령께!

▲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AI 100조 투자 및 전 국민 AI 활용' 공약과 함께 디지털 교과서 도입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의 교육부 부스. <비즈니스포스트>

국가정보화를 통한 IT 시장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에 앞장 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도 글로벌 빅테크 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우리나라를 찾았고, 대통령을 만났다.

이른바 '탑-다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시도한 셈이다. 

뒤돌아보면, 당시를 거울 삼아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속도전 재촉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탑-다운 방식이라는 게 효율성은 좋지만, 자칫 '전 국민 인공지능 이용' 시대와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특정 외산 제품에 종속시켜 국가안보 차원의 시름꺼리를 만들고, 뒷 날 '죽쒀서 뭐 줬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대통령 공약으로 국가정보화가 추진될 당시 청와대가 직접 각 정부기관별 정보화 추진을 재촉하고 실적을 챙기기까지 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현황판까지 만들어 주요 정부기관별 업무 전산화 추진 정도와 개인용컴퓨터(PC) 보급 대수 등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가정보화가 '엠에스 윈도 운영체제(OS)' 기반으로 진행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당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가 난무했다. 때맞춰 빌 게이츠 엠에스 창업자와 스티브 발머 엠에스 최고경영자 등의 방한과 엠에스의 운영체제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이어졌다.

국방부와 군부대와 정보기관 등 보안 강화 필요성이 큰 곳의 업무용 피시에도 윈도 운영체제가 우선적으로 깔렸다. 미국 국방부 등처럼 정부 주요기관들은 리눅스 등 오픈소스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쓰게 해야 보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럴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 부작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후 엠에스가 구형 윈도에 대한 보안 지원 중단 일정을 내놓을 때마다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윈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종용하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미국 시애틀 엠에스 본사를 찾아가 보안 지원 중단 일정을 늦춰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엠에스는 한국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과정에서도 일어났다.

정부의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정책에 통신사간 경쟁이 더해지며 속도전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초고속인터넷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모뎀 시장 주도권이 외산으로 넘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죽 쒀서 뭐 좋은 일 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사실 국가정보화와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내 IT 산업 발전과 국가 생산성 및 성장동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있었다. 하지만 속도에 너무 집착해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으로 추진될 '전 국민 AI 활용 시대'와 디지털 AI 교과서 도입 등도 당시와 같은 모습의 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이끌 수석비서관 직제까지 만들어졌다.

전례로 볼 때, 대통령과 관련 기관 수장들이 내노라 하는 빅테크 거물들이 줄줄이 찾아오는 것에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들이 앞세우는 '당근'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닳고닳은 글로벌 비즈니맨들이다.

무엇보다 국내 AI 생태계 육성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펴야 국가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15일 첫 AI수석비서관으로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하 수석을 두고 “AI 주권을 강조한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끌고 있는 인사”라며 “네이버 AI 혁신센터장으로서 현장 경험이 국가 AI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하 수석으로 하여금 AI 100조 투자와 전 국민 AI 활용 시대를 통한 국가 성장동력 마련과 일자리 창출 정책 밑그림을 잘 그려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되 속도를 너무 재촉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