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B 원톱' CJ올리브영 해외 도전, 이선정 국내 성공방정식 재현할까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추진하는 해외진출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의 해외시장 공략 청사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CJ그룹에서 CJ올리브영과 CJ푸드빌과 같은 몇몇 계열사를 제외하면 소위 ‘잘 나가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CJ그룹이 CJ올리브영, 즉 이선정 대표에게 거는 기대도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리기 시작한 미국시장 진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CJ올리브영=CJ그룹의 성장동력’이라는 위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이 대표의 마음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5일 CJ그룹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CJ올리브영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CJ올리브영은 거칠 것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매출 2조 원대에 진입한 뒤 2023년에는 매출 3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1년 만인 2024년 5조 원을 바라보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H&B 원톱' CJ올리브영 해외 도전, 이선정 국내 성공방정식 재현할까

▲ CJ그룹의 주력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사진)가 공 들이고 있는 해외사업 성과에 그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모두 이선정 대표가 2022년 10월 CJ올리브영 수장에 오른 뒤에 이뤄진 일이다. K뷰티를 향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적 흐름에 올라탄 것도 있지만 이 대표의 노력이 뒷받침했다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다.

이런 차원에서 CJ올리브영이 올해는 매출 5조 원을 넘어서는 시대를 열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 CJ올리브영의 긍정적 모습들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존재감이 커진 만큼 앞으로 계속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야만 그룹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J그룹을 살펴보면 주력 상장 자회사들이 대부분 부진하다.

모태기업인 CJ제일제당은 1분기에 시장기대치를 7.1% 밑도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증권사 대부분은 CJ제일제당의 1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CJENM도 매우 어렵다. 엔터테인먼트부문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티빙은 여전히 적자수렁에 빠져 있다. 커머스부문인 CJ온스타일의 약진이 아니라면 CJENM이 내세울 게 없는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CJCGV는 극장업계의 불황 탓에 언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지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며, CJ대한통운 역시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상 CJ그룹의 내로라하는 계열사가 모두 웃기 힘든 환경이라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성과를 안 내주면 현재로서는 CJ그룹이 힘을 내기 힘든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잘 나가는 회사라고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종합해볼 때 이선정 대표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도 있겠지만 그룹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여지도 생긴다.

CJ올리브영의 실적 추세를 살펴보면 사실 이 회사의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CJ올리브영은 1분기 매출 1조2342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4년 1분기보다 14.4% 늘어난 것으로 2024년 연간 매출 성장률인 24.1%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다. 직전 분기인 2024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2.7% 뒷걸음질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국내에서 몸집을 가파르게 키우기 힘든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국내 H&B 원톱' CJ올리브영 해외 도전, 이선정 국내 성공방정식 재현할까

▲  5월 21~25일 서울시 용산구 노들섬 일대에서 열린 ‘2025올리브영페스타’ 모습. < CJ올리브영 > 


이미 국내 헬스앤뷰티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에서 더 이상 내수만으로는 외형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지난해 일본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미국에 CJ올리브영USA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한 것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통한다. 미국은 K뷰티가 영토를 넓히고 있는 화장품업계의 신시장이나 다름없는데 이 곳에서 한국에서 거둔 성공방정식을 재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대표가 추진하는 미국 진출 전략은 CJ올리브영의 두 번째 도전이다.

CJ올리브영은 2018년 CJ올리브영아메리카와 CJ올리브영뉴욕 등 법인 2개를 설립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 화장품이 주목을 끌지 못해 오프라인 매장 출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도 미국 시장에 발을 깊게 넣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수 년 사이 한국 중소브랜드들이 미국 유명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 입점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지평을 넓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정 대표로서도 이런 흐름에 올라탄다면 제2의 급성장 기회를 미국에서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 1호점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현지 인력을 채용했고 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던 직원들도 일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미국 사업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 오프라인 매장 출점 시기와 관련해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라고 말을 아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