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의 지주사 가운데 올해 가장 장사를 잘한 곳은 어디일까?
SK와 LG, GS와 한화, 두산 등 주요 그룹의 지주사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들의 올해 성적표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SK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한화는 내년부터 상표권 수익을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 출범 1년, 무섭게 덩치 키운 SK
5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해 8월 SKC&C와 합병으로 사업지주회사로 변신한 뒤 1년여 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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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의 지주사 SK는 연결기준으로 3분기까지 영업이익 4조115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4%나 급증했다.
SK는 올해 들어 SK머터리얼즈와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SK머티리얼즈를 통해 SK에어가스도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는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사실상 확정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배당수익도 크게 늘었다. SK가 올해 들어 9월까지 거둔 배당수익만 5799억 원에 이른다.
GS그룹의 지주사 GS 역시 자회사 GS칼텍스 덕을 톡톡히 봤다. GS는 GS칼텍스 덕분에 3분기에만 영업이익 4162억 원을 냈다. GS칼텍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GS 영업이익의 80%에 해당하는 3272억 원에 이른다.
GS는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2428억 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2194억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주력 계열사 뚜렷한 실적 개선세 보이는 두산과 한화
한화와 두산은 한동안 발목을 잡았던 연결대상 자회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올해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두산그룹의 지주사격인 두산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745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가량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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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그룹 회장. |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295% 늘었다.
두산의 자체사업도 호조를 이어갔다. 전자BG, 모트롤BG, 산업차량BG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15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두산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683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265.9% 늘어난 수치다.
두산은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최초의 사업지주회사다. 두산은 처음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힐 당시부터 사업지주회사를 내세웠다.
그러나 두산은 자체사업 규모가 커져 전체 자산에서 계열사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주사 요건인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올해부터 지주사에서 제외됐다.
한화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 역시 자회사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내년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가 내년 영업이익 2조239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실적추정치보다 13% 늘어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화가 방산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 한화케미칼 기초소재 이익 강세, 한화건설 정상화 등으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상표권 수익도 주목
한화는 특히 내년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한화는 최근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테크윈, 한화투자증권과 951억 원에 이르는 2017년 상표권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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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액이 작아 밝히지 않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에너지 등의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한화의 2017년 상표권 수익은 1264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화가 올해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상표권 수익 829억 원보다 53%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정 연구원은 “광고선전비 등 관리비용을 감안해도 상표권은 한화의 안정적 수익이 되고 있다”며 “관리비용을 뺀 2017년 상표권 순수익은 1140억 원가량”이라고 파악했다.
상표권 사용료는 지주사들의 꾸준한 수익원이다. 주요 지주사 가운데 LG가 가장 많은 상표권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기준으로 LG, SK, CJ, 두산, 한화 등 5개 지주사 혹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들의 상표권 수익을 조사한 결과 LG는 지난해 2568억 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지난해 SK는 989억 원, CJ는 757억 원, 두산은 440억 원, 한화는 326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LG도 최근 8계 계열사와 2504억 원가량의 2017년 상표권 계약을 맺기로 했다. 공개되지 않은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까지 포함되면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LG는 자체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순수지주회사다. LG의 영업이익은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수익, 상표권 수익, 임대 수익 등으로 구성돼 있다.
LG는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75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가량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