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크게 밀리고 중국에 바짝 쫓기고 있다. 일본 TV의 보루 소니는 지난 7일 TV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는데, LG전자는 소니를 비롯해 샤프전자와 파나소닉의 TV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혁신 멈춰 텃밭 뺏긴 일본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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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본을 이끌었던 소니,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
소니가 TV사업을 독립시킨 까닭은 TV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장을 내주면서 9분기 적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소니는 분사를 통해 비용 절감과 조직의 슬림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TV부문에서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각오도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는 부정적이다. 파나소닉과 샤프처럼 재기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무디스도 지난 1월 27일 소니의 신용평가 등급을 Ba1으로 낮추면서 “소니의 PC와 TV사업이 난관에 봉착해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TV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하락세에 있다. 2011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 소니는 11.1%에서 7.0%로, 샤프는 6.6%에서 4.8%로 줄어들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도 3.1%와 1.5%씩 하락하며 각각 4.7%와 3.4%를 기록했다.
일본 TV업계의 몰락은 혁신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TV시장을 선도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려 했다. 소니는 2008년 TV연구를 진행하던 A3연구소를 폐쇄했고, 파나소닉은 2009년 세계 PDP시장을 선도하겠다며 10조원을 들여 대규모 공장을 신설했지만 공장이 완공되었을 때에는 이미 LCD TV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샤프도 2007년 최대 규모의 LCD 공장을 건설했으나 경쟁사 견제에 몰두해 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 샤프는 현재 삼성전자에 LCD패널을 공급하는 회사로 전락했다.
◆ 기술력 강화 통해 추격하는 중국 업체
LG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10대 평판 TV 업체 점유율 순위에 네 업체를 올렸다. TCL(5.6%), 스카이워스(4.9%), 하이센스(4.4%), 창홍(3.8%) 등이다. 네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18.7%로 19.9%인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어 곧 역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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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현회 LG전자 사장 |
그동안 소니가 주력했던 프리미엄 TV 시장을 앞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점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LG전자로선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LG전자의 TV(HE)부문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현회 사장은 “LCD TV 시장의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UHD TV와 OLED TV, 스마트 TV 에 집중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업체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한국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점을 LG전자가 과연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의 IT 기술 격차가 최근 1년 내외로 줄어 매우 근접한 상태다. 중국 TV업계는 ‘한국 벤치마킹’을 통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대기업 위주의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올해 300조원에 달해 세계 2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7일 미국에서 열린 CES2014는 중국 기업들의 TV 기술력 약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TCL은 돌비, 샤프와 함께 ‘돌비 비전’이 적용된 새로운 UHD TV를 공개했다. TCL 코퍼레이션 부사장 겸 멀티미디어 부문의 CEO인 하오 이(Hao E)는 “돌비 비전을 통해 우수한 화소를 갖춘 UHD 4K 도입을 앞당길 것이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독주’속 LG전자의 과제는
삼성전자는 올해 소니가 선점하던 UH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북미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니를 압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UHD TV와 같은 고가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2006년부터 이어온 세계 TV 시장 1위 타이틀을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에 UHD TV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생각이 없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같이 보급형과 프리미엄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또 LG전자에 앞서는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가격 하락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4,000만원이던 85인치 UHD TV 가격을 15%내렸고, 890만원에 출시된 65인치 제품도 720만원으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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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2014에서 LG전자가 공개한 Web OS 기반 스마트 TV |
자칫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중국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TV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해 2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 TV시장의 침체와 삼성전자를 견제키 위해 과다한 마케팅 지출을 기록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월 15일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LG전자가 TV시장에서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을 통한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LG전자는 일단 국내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의 저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UHD TV의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또 삼성전자가 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OLED TV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격 인하와 관련해 “OLED 패널의 수율 개선에 따라 가격 하락에 탄력이 붙고 있다”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마트 TV 시장에서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HP로부터 ‘웹 OS’를 인수했다. LG전자는 웹 OS가 가진 편의성을 자사 스마트 TV에 접목시킬 생각이다. LG전자는 웹 OS를 적용한 호텔용 스마트 TV를 지난 3일 유럽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