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빗썸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필요한 실명계좌 발급 제휴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교체하려 한다.
이재원 빗썸 대표가 제휴은행 교체에 성공한다면 KB국민은행의 위상과 고객층 등을 고려할 때 고객군 확대를 통해 업계 1위인 업비트와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재원 빗썸 대표(사진)가 실명계좌 발급 제휴은행 변경을 통해 시장 1위사인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히려 한다. |
28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KB국민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빗썸과 KB국민은행 모두 실명계좌 발급 제휴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업계는 두 회사가 금융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9월 말 신고서가 최종 수리되면 빗썸은 2018년부터 이어져 온 NH농협은행과 제휴 관계를 끝내고 KB국민은행과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휴은행 변경은
이재원 대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또 다른 승부수로 해석된다.
빗썸은 국내 가상화폐시장 초창기 시절 업계 1위를 지켜오다가 2020년 업비트에 추월당했고 격차는 점점 벌어져 현재 업비트가 68%, 빗썸은 27%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해 거래 수수료 무료화, 올해 예치금 이용료 요율 인상 경쟁 등 시장 점유율 판도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를 끊임없이 띄우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가 제휴은행을 바꾸려고 하는 데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뒤 점유율 확대 효과를 톡톡히 누린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2020년 7월 IBK기업은행과 제휴를 끝내고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기존에는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거래한도 확대를 위해 지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가입절차부터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장점이 컸기 때문에 업비트는 이를 바탕으로 점유율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은 NH농협은행보다 젊은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에 수월하고 계좌이용 편의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어 빗썸이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 빗썸이 KB국민은행으로 실명계좌 발급제휴를 변경하는데 성공한다면 고객 편의성을 높이면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
빗썸이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NH농협은행 비대면 계좌의 경우에 하루 출금이 100만 원까지라 불편을 겪었는데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다른 가상화폐 투자자는 빗썸이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으면서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일부러 NH농협은행 계좌를 만든 사람이 많았다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KB국민은행 계좌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환영하기도 했다.
다만 빗썸이 제휴은행 교체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며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어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경우 제휴은행 변경이 불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대표는 NH농협은행과 제휴를 유지하면서 고객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은 최근 서울 강남역 부근에 NH농협은행과 함께 계좌 개설부터 투자자 민원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빗썸라운지’를 열어 마케팅을 강화했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KB국민은행이 NH농협은행보다는 대중에게 조금 더 친숙한 이미지라 빗썸 고객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