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셀트리온은 한때 K-바이오 신화를 쓰며 시가총액 45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23조 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23년 3월 회사 소방수를 자처하며 경영에 복귀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3사 합병을 통해 개발부터 판매까지 한 회사가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 회장은 또한 그동안 셀트리온이 시도하지 않았던 사업분야인 신약개발에도 도전해 2030년까지 연매출 12조 원을 내는 글로벌 생명공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서 회장의 이런 비전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척한
서정진 회장인 만큼 또 한번의 도약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시선이 나오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신약개발은 실패 위험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연
서정진 회장은 시장의 우려를 딛고 또 한번의 드라마틱한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오늘은 돌아온 K-바이오 열풍의 주역인
서정진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외환위기에 실업자 됐던 서정진, 국내 최고의 바이오 기업을 만들다
대우그룹 임원이었던
서정진 회장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실업자 신세가 되면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미국을 건너가 저명한 바이오 분야 연구자들을 찾아다닌 끝에 벡스젠과 기술 제휴를 맺는데 성공했다.
서 회장은 벡스젠의 에이즈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투자금을 끌어모아 인천 송도에 대규모 공장을 지었지만 공장 완공을 1년 남겨놓은 상태에서 에이즈 백신의 임상실험이 실패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행히 다국적제약사인 BMS와 의약품 위탁생산(CMO)계약을 체결하면서 셀트리온은 기사회생 할 수 있었고 셀트리온은 CMO사업을 통해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09년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은 동등하면서 가격은 낮은 의약품이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다.
실패 확률이 높다며 말리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밀어붙였고 결국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개발로 일약 바이오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에서 56%, 미국에서 3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은 조 단위에 이른다.
이후에도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올라서게 됐다.
서 회장의 바이오 산업의 변방에서 시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 셀트리온 제 2도약의 첫 번째 승부수, 발로 뛰는 서정진 표 해외영업과 직판 체계
그렇다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의 새로운 승부수는 무엇일까?
서 회장의 첫 번째 승부수는
서정진 표 해외영업을 통해 글로벌 판로를 넓히는 것이다.
서 회장은 최근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 직접 발로 뛰며 영업을 하겠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하루에 20명 씩 모두 1800명의 의사를 만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은 과거 직접 유럽 전역을 누비면서 램시마를 팔러다녔던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직접 만나 설득을 하곤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특히 이런 ‘발로 뛰는 영업’에 날개를 달기 위해 유통 파트너사를 끼지 않고 셀트리온이 직접 약을 판매하는 ‘직판 체제’를 만들기도 했다.
서 회장은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후 미국 시장의 직판체제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진출을 앞둔 셀트리온의 차기작,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결국 셀트리온은 미국의 3대 약제급여관리기관(PBM) 중 하나인 옵텀 등과 처방집 등재 계약에 성공하면서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이는 첫 단추를 꿰는데 성공했다.
◆ 바이오베타와 신약개발, 가능성 놓고 예상도 엇갈려
서정진 회장의 두 번째 승부수는 바로 바이오베터와 신약개발이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시밀러의 제형이나 용량 등을 변경해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으로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SC 등이 대표적 바이오베터다.
램시마SC는 기존에 쓰이던 정맥주사 제형이 2~3시간 동안 맞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피하주사형으로 개발된 램시마로,
서정진 회장이 직접 지시를 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약 편의성을 높인 램시마SC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해 셀트리온의 차세대 효자상품이 됐으며 미국에서는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신약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알약 형태 바이오베터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서 회장은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는 2024년에 항암제 후보물질 두 건을 임상 1상에 올리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앞으로 신약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를 두고 너무 과장된 목표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신약개발 분야에서 이제 발걸음을 뗀 만큼 임상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을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짐펜트라의 2024년 매출 예상치도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원인을 서 회장이 만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 회장이 호언장담했던 일 중에 지키지 못한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2019년에 2030년까지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셀트리온의 매출은 2조2839억 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 회장은 ‘사업은 목숨을 걸고 해야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의 오늘은
서정진 회장의 절박함이 만든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도 하다.
서 회장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바이오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바이오 기업을 일궈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든 업적이다.
과연 서 회장이 글로벌 제약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또 한 번 K-바이오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장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