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이 검찰소환을 앞두고 자살하면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 소환까지 가기 위한 핵심인물이 목숨을 끊는 바람에 수사흐름이 단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앞으로 강도높은 수사를 계속하는 데도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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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 |
그렇다고 신동빈 회장을 향한 수사를 멈출 수도 없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6일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한 뒤 애도를 표하며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의 일정을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회장이 자살로 모든 것을 안고 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검찰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검찰은 당초 이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장에 대한 조사를 징검다리 삼아 신동빈 회장을 옭아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회장을 소환하기 위해 신 회장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의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한차례 조사를 마쳤지만 이 부회장은 26일 조사를 코앞에 두고 목숨을 끊어버렸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으로서 모든 계열사를 총괄 관리해왔다. 20년 넘게 롯데그룹 핵심에서 일해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자산거래, 국내외 투자,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통해 롯데그룹 비자금과 관련한 최종 수사 내용을 확인하고 신 회장 수사에도 속도를 내려고 했으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자살로 롯데그룹 수사가 흐지부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재계 인사들이 목숨을 끊고 난 뒤 해당 사건이 유야무야 되는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해 4월 검찰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받다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일에 숨진채 발견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9년엔 5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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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역시 2003년 8월 대북 송금 및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자살로 검찰수사의 동력이 사라져 자연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이 부회장을 최종적으로 겨냥한 것이라 아니라 신 회장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속도조절은 있더라도 수사방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검찰은 포스코 수사 때 처럼 별 소득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어 롯데그룹 수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검찰이 최종 목적지인 신동빈 회장까지 가기 위한 징검다리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며 “일정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는 있겠지만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향한 칼날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