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유동성 확보작업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정 사장은 애초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유형자산과 비핵심계열사 등을 매각해 자금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상장폐기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기대하고 있지만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자산매각 난항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8월 안에 서울 본사와 당산동 빌딩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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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장. |
대우조선해양은 5월에 코람코자산운용을 본사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맺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12층 규모의 빌딩도 처분하기 위해 매각자문사로 라셋파트너스를 선정했다.
코람코자산운용과 라셋파트너스는 애초 실사와 투자자모집을 통해 8월 말까지 모든 매각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건물 매각으로 모두 22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사옥을 매각한 뒤에도 계속 건물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경영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건물을 사들일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회계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전직 경영진에 이어 현진 경영진까지 수사를 확대하자 투자자들이 건물 매입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사옥을 매입해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임대료를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매각작업의 난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소유한 부지를 매각하는데도 실패했다. 서울특별시는 16일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마곡지구 산업단지 산업시설용지에 대한 사업계획서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없어 매각이 불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5월에 캐나다 풍력발전사업 지주회사인 DSME캐나다홀딩스를 청산했다. 풍력발전장치를 제조하는 자회사 트렌턴도 함께 정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산업 업황 악화로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가 되자 매각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청산했다.
◆ 정성립, 주요계열사부터 우선 매각하기로
정 사장은 최근 디섹과 웰리브 등 주요계열사를 올해 안에 우선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조기에 팔릴 수 있는 물건부터 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디섹은 대우조선해양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부문 외주작업을 독점 수행한 회사로 상반기에 매출 2395억 원, 순이익 218억 원을 냈다.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본사의 급식과 2곳의 외식업체를 운용하는 계열사로 상반기에 매출 1044억 원, 순이익 38억 원을 냈다.
디섹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70.1%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부가액은 574억 원이다.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자회사로 장부가액이 207억 원이다.
정 사장이 비교적 알짜자회사로 평가받는 회사부터 매각하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9월 위기설’에 시달려 왔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공사인 소난골로부터 1조 원에 이르는 드릴쉽 건조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9월9일 만기가 돌아오는 4천억 원의 기업어음(CP)를 상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산업은행이 9월 초에 대우조선해양에 2천~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을 매각하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염려하게 만든다.
여신만기 등 외부 금융권의 도움이 있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 내부적으로 자산매각 노력에서 성과를 내지못하면 추후에도 유동성 부족에 따른 압박이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연말까지 1조2천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자산매각 등 자구안 이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