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각각 3조5천억 원, 4조8천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두 금융그룹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사이다 보니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당장은 이것만 가지고 누가 더 잘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 KB금융지주는 자체적으로 수립한 측정 체계를 가지고 사회적 가치를 화폐 금액으로 산출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해마다 7~8월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와 성과 등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ESG 경영 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수치도 발표한다.
금융그룹들은 ESG로 대변되는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ESG 활동 성과를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화폐가치로 나타내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일과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에 각각 3조5천억 원, 4조8천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두 금융그룹 모두 ‘사회적 가치’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신한금융이 더 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두 금융그룹의 사회적 가치 산출방식이나 기준이 전혀 달라 두 개 숫자를 비교하는 게 애초 불가능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관계자도 “산출방식이나 기준이 달라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먼저 KB금융은 ESG 전략부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수립한 측정 체계를 가지고 사회적 가치를 화폐 금액으로 산출한다.
KB금융은 VBA(Value Balancing Alliance), IMP(Impact Management Project),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등 글로벌 측정 방법 및 국내·외 주요 측정 사례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수립했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한 5가지 기본 원칙을 적용해 사회적 가치를 숫자로 나타낸다. 5가지 기본 원칙은 △미보상 성과 원칙 △객관적 측정가능성 원칙 △연도별 측정 원칙 △균형 있는 측정 원칙 △결과 중심 원칙 등이다.
KB금융은 특히 5가지 기본 원칙 가운데 ‘균형 있는 측정 원칙’에 따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긍정적 요소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용수 및 종이 사용, 폐기물(매립) 등과 같은 부정적 요소도 외부 성과에 포함한다.
KB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 가치는 크게 환경(E) 1387억 원, 사회(S) 6533억 원, 지배구조 및 기타(G) 2조7565억 원 등 3가지로 구성되는데 지배구조 및 기타 부문에는 부정적 기여 요소로 책정된 금액 153억 원이 마이너스(-) 항목으로 반영됐다.
VBA는 ESG 화폐가치 측정 표준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출범한 글로벌 기업 모임이다. IMP는 사회적 가치 관리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글로벌 협의체다. SROI는 미국의 투자펀드인 REDF가 개발한 사회적 가치 측정 도구다.
▲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은 KB금융과 달리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 외부와 협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해마다 ‘신한 ESG밸류인덱스’를 기반으로 연세대학교와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은 2019년 연세대학교 ESG·기업윤리 연구센터와 함께 신한 ESG밸류인덱스를 개발했고 이후 측정 대상을 확대하는 등 측정 체계를 정교화하고 있다.
신한 ESG밸류인덱스는 SK그룹이 개발한 사회적 가치 측정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SK그룹의 모델을 참고해 연세대 연구팀과 함께 금융권에 최적화한 사회적 가치 측정모델을 개발했다.
신한금융은 ESG 경영만큼이나 이를 측정하는 데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회장은 13일 사회적 가치 성과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면밀한 측정 및 분석은 ESG 경영의 나침반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힘으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곳 금융그룹이 화폐가치로 나타낸 사회적 가치를 비교할 수 있다면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도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만큼 측정방식이나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다만 ESG 경영이 범위 자체가 광범위하고 금융그룹마다 추구하는 ESG 경영 목표가 다른 만큼 기준을 통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같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SG 공시 도입을 앞두고 기준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ESG 경영 방향이 다를 수가 있는 건데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겟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