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8-02 16: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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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에어부산은 엔데믹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 올해 에어부산은 사상 최대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도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다. 에어부산은 지배기업 아시아나항공의 피인수합병이라는 사안을 앞두고 장기 성장전략을 수립하지 못해 좀처럼 치고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2일 에어부산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를 종합하면 에어부산은 올해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함에도 주가는 저평가 되어 있다.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 원 수준으로 다른 상장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약 1조 원), 티웨이항공(약 5200억 원), 진에어(7800억 원)과 비교해 낮은 축에 속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5일 펴낸 보고서에서 “에어부산의 주가는 2023년 예상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의 5.6배 수준으로 실적 달성 기대감을 감안했을 때 저평가 상태이다”고 봤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펴낸 보고서에서 “에어부산은 2022년 대비 큰 폭의 연간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상장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시가총액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가수익비율은 3배 수준이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들이 발간된 이후에도 여전히 에어부산의 주가는 2일 296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기업결합 승인심사가 지지부진한 데 따른 미래 성장전략이 부재한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1.8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기업결합 승인여부가 결정날 때까지는 추가 채용, 임금 인상, 기재 확대, 마케팅 등에 적극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장기 경영전략을 세워 투자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없다보니 에어부산은 기재 확대 계획이 우선 멈췄다. 에어부산은 △A320CEO 6대 △A321CEO 9대 △A321NEO 6대의 기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A321NEO 도입을 끝으로 신규 기재 도입이 멈췄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반기에도 신규 기재 도입 계획이 없다"며 "현재 기재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노선 확대를 위해 기존 노선에서 운항 편수 감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는 주력 노선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지역별 수요에 따라 기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안 대표는 5월 말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하반기 중국 노선이 풀리면 일본을 제외한 곳에서의 기재 운용을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운수권 배분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5월 신규 운수권을 배분했는데 에어부산은 2021년에 이어 단 하나의 운수권도 배분받지 못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 통합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올해는 김해~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수권 배분을 신청했으나 정작 제주항공에 운수권이 배분됐다.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 김해~울란바토르에서 독점구도가 깨진 것은 에어부산으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합병이 기약없이 흘러감에 따라 임금동결에 지친 에어부산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연봉이 동결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에어부산을 떠난 직원은 350여 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에어부산의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은 70명에 그쳤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올해 상반기 세 자리수 인원을 채용했고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직원 수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여행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무지표 개선을 위해 조달했던 자금의 이자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3년 에어부산은 600억 원 규모의 영구채의 금리가산 시기를 맞이했는데 이를 조기상환하지 않아 7%대의 금리가 12%대로 올라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에어부산은 지난해에도 500억 원의 영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는 등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에어부산으로서는 하루빨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결론이 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건에 대해 피인수기업의 입장으로서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3곳의 심사를 앞두고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해당 국가의 경쟁당국들은 인수합병 이후 특정 노선에서 독과점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승인을 위한 시정조치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사 연기를 요청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필수승인국가 3곳의 심사만을 남겨 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출범할 항공사의 노선 독과점 해소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승인여부는 불투명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6월 말 대한항공의 요청에 따라 기업결합 승인심사를 연기했다. 기존 심사기한은 8월3일이었다. 미국에서는 법무부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 지역사회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슈에 에어부산이 발목이 잡히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도 모자라 향후 저비용항공사 통합으로 인한 지역 유일의 거점항공사 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