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7-31 16: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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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취임 첫 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해외부동산 부실 우려,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 비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가 취임 첫해 아쉬운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하나증권의 사업 다각화를 이끌고 있는 강성묵 대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38억 원, 순이익 34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 54.6%, 순이익은 75.1% 줄어든 수준이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2분기 영업손실 329억 원, 순손실 488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국내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 상반기 대체로 선방한 가운데 홀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하나증권이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만큼 올해 실적 악화는 예상됐던 일이다.
하나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 등 부동산 금융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기업금융(IB) 부문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맞으면서 보유한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부실 우려로 대손충당금도 대규모로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 상반기에도 IB 투자자산 손상차손, 사모펀드 고객 보상금 등 인식이 실적에 큰 부담이 됐다.
하나증권은 IB 투자자산 손상차손으로 533억 원, 사모펀드 고객 보상금 533억 원, CFD 충당금으로도 518억 원을 인식했다. 상반기 대손충당금으로 1051억 원을 쌓으면서 대손충당금 누적금액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충당금은 향후 예상되는 비용을 회계 상 손실로 미리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하나증권이 최근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해외 대체투자에 노출된 비중이 많은 만큼 다른 증권사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사 하반기 전망을 두고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노출도)에 대한 양적부담과 위험수준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하나증권을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가 높은 증권사 가운데 한 곳으로 지목했다.
김주성 하나금융그룹 리스크관리총괄(CRO)은 27일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지주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4조6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증권이 2조 4천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정밀 점검해 왔으며 일부 부실과 관련해 대주단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IB 부문의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나증권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IB 부문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취임한 강성묵 대표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PF 부실우려에 더해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의 부실 우려가 대두되는 등 부동산 IB 부문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 다각화’가 더욱 시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심의 체질이나 시장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기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하나증권은 리테일과 자산관리(WM)부문에 강점을 가진 강성묵 사장을 선임하면서 하나증권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줄 것으로 기대했다.
강성묵 대표도 올해 취임 이후 자산관리(WM), ‘전통 IB’를 강조하며 부동산 IB 중심의 하나증권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신년사에서 “부동산 위주의 IB에서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을 강화하고 전략형 리츠 등 영업을 다각화 하겠다”며 “사업 부문별 균형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과 인사에서도 리테일 부문, IB 부문에 힘을 실었다.
하나증권은 자산관리(WM) 부문에 손님지원본부를 마련했으며 IB부문에는 투자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B솔루션실을 신설했다. IB부문의 수익성으르 강화하기 위해 부동산금융본부도 확대 재편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