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챗GPT를 접목한 인공지능(AI) ‘에이닷(A.)’ 서비스의 연내 정식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기존 에이닷 서비스에서도 구체적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서비스에 도입하는 챗GPT 역시 지금까지 마땅한 수익모델이 발굴되지 않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에이닷에 챗GPT를 반영한다고 해도 수익모델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월26일 MWC2023 행사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인공지능(AI)를 모든 곳에(AI to Everywhere)'라는 표제로 SK텔레콤을 인공지능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기존 에이닷에 챗GPT를 접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연산능력을 강화하는 등 기술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에이닷을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기존 에이닷은 음성인식비서 서비스로 단문형 답변만 제시할 수 있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거듭난 에이닷은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고려해 상세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렇게 강화된 에이닷을 올해 안으로 정식 출시하고 이를 활용한 소비자 대상(B2C) 수익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SK텔레콤이 에이닷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것은 유영상 사장의 인공지능 사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MWC 2023)에서 열린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사업전략과 비전 설명행사에서 "에이닷은 고객을 잘 이해하는 개인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로 다가갈 것”이라며 “대화, 서비스, 캐릭터 등을 고도화하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챗GPT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에 아직까지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챗GPT와 같은 프로젝트는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기 때문에 놀랍다”면서도 “유망한 기술이 항상 큰 재정적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SK텔레콤 역시 인공지능 서비스에서도 수익모델 발굴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 안심'을 내놨지만 서비스를 단 4개월 만에 종료했다. ‘누구 안심’은 에이닷의 기업 사이 거래(B2B) 버전 서비스인데 고객사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의 기존 에이닷 서비스에는 에이닷 포토, 에이닷TV, 에이닷게임 등이 있다. 에이닷 포토는 인공지능이 사진을 보정하고 수평을 맞춰주는 등 사진 편집 기능을 제공해 준다.
에이닷TV는 시청자의 시청이력과 선호도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영상 서비스다. 에이닷게임은 26가지의 퍼즐이나 심리테스트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모음이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세 가지 서비스 모두 다른 업체의 유사 서비스보다 뚜렷하게 나은 점을 찾기 어려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챗GPT를 접목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수익모델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은 2022년 12월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챗GPT가 내놓는 답변 하나에 ‘한 자릿수 센트’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한국공학한림원이 2월10일 '대한민국 초거대 AI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AI반도체 기술'이라는 표제로 개설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챗GPT의 답변에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적인 텍스트 기반 검색보다 100~200배 비싸다”며 “하루 1500만 명이 챗GPT를 사용한다고 하면 연간 수조 원의 운영비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챗GPT 활용에 비용이 크게 드는 만큼 챗GPT 기술이 접목된 에이닷의 운용비용도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에이닷(A.)을 스마트폰 환경에서 실행한 모습. < SK텔레콤 >
에이닷 사업의 협력사인 스캐터랩도 챗GPT 기술이 접목된 대화형 인공지능 ‘이루다’를 내세워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매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스캐터랩은 2022년에 5억8천만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영업손실은 79억2천만 원에 이르렀다.
다만 에이닷 사업을 보다 긴 호흡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에이닷이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신사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핵심 사업인 유·무선 통신을 넘어 각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업 분야와 연결이 가능해 통신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인공지능 사업을 적극 키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에이닷과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를 연동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대용량 콘텐츠 이용이 늘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의 활용처가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와 에이닷 서비스에 더해 정기배송 구독 서비스인 T우주를 한데 묶어 '아이버스(AIVERSE, AI+Universe) 사업'이라고 부른다.
김지형 SK텔레콤 통합마케팅전략담당은 2022년 5월 콘퍼런스 콜에서 “2021년 아이버스 사업 매출은 2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2025년까지 2조 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7조3050억 원이었는데 아이버스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 손인혁 SK텔레콤 에이닷 개발 담당은 올해 2월 컨퍼런스콜에서 “외부 제휴를 통해 캐릭터 다양화, 기술서비스 협업 등 에이닷 관련 생태계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수익화 비즈니스모델(BM)도 같이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구체적 에이닷 수익모델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선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