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TV용 대형 올레드(OLED) 사업에서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스마트폰 등 IT 제품과 차량에 들어가는 중소형 올레드 사업도 넓히고 있어 이르면 4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올레드 TV 패널 협력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디스플레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 공급과 관련해 고위 관계자들이 만나 공감대를 이룬 뒤 세부사항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사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의 올레드 가격제안 수준이 협상의 최종 타결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에서도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올레드 협력이 이번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인천 송도센트럴파크 호텔에서 최근 열린 ‘2023 올레드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협력이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거시경제가 좋지 않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풀려나가면서 대기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올레드TV 패널 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을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지금껏 진전을 보지 못했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사이 대형 올레드 동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으로 디스플레이 업황 변화가 꼽힌다. 올레드TV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LCD 업황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TV용 올레드 패널은 LC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LCD 패널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반대로 LCD 가격이 오르게 되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올레드의 경쟁력이 살아나게 된다.
지난해 여러 차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사이 올레드 협력 가능성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 패널 물량공세로 LCD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LCD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3월 TV용 LCD 패널가격은 올해 2월보다 2~4%가량 상승했다. 올해 4월과 5월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TV용 패널 매출에서 LCD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40.7%로 추정돼 LCD 가격 반등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TV용 LCD패널을 생산하고 있어 가격 반등에 따른 실적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차세대 주력 제품 TV용 올레드의 수요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적 회복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올레드TV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올레드 패널을 공급받아야 하는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로서는 몸이 달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TV용 올레드 패널 출하량을 760만 대로 잡고 삼성디스플레이는 150만 대 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니에도 올레드 패널을 납품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모든 올레드 TV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이 1천 만대가량에 가까워 LG전자에 공급하고도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도 두 회사의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두 회사의 동맹이 이뤄지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반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고객사로 삼성전자를 새로 확보하며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 사업에서 신규 고객사 확보에 따라 내년 올레드 가동률이 큰 폭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부가 제품인 TV용 올레드 패널 사업이 확대되면 수익성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26조1520억 원, 영업손실 2조850억 원을 내며 실적이 고꾸라진 바 있다. 올해도 연간 영업손실로 1조3천억 원 가량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업황 회복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900억 원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내년에는 8천억~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올레드 협력 가능성뿐만 아니라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올레드 공장을 찾은 점도 호재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 번 알리게 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차원에서 현지 생산에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 높은 IT용 중소형 올레드와 차량용 올레드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어 실적 반등의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IT 제품과 차량용 올레드에서 고객사들의 맞춤 제작 수요확대에 대응해 수주형 사업을 주력으로 밀고 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수주형 사업은 불특정 제품을 대량 납품하는 게 아니라 거래처의 요구사항에 맞춰 맞춤형 디스플레이를 제작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TV 패널과 차량용(오토) 디스플레이 및 노트북과 웨어러블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 등 수주형 사업에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이익체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