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8월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및 과학'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 AP >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첨단 제조산업 육성을 목표로 추진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지며 정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와 한화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바이든 정부의 성과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정부 보조금 관련 법안이 통과한 뒤 2040억 달러(약 266조 원)의 투자 유치 성과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바이든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키며 법제화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 및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투자금을 일부 지원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늘리고 친환경 투자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동안 해외 국가에 분산되어 있던 핵심 산업 공급망을 자국 내에 구축하는 '리쇼어링(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에 해당한다.
전 세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관련 기업이 보조금을 노려 미국에 생산시설 신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의도한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40억 달러의 시설 투자금은 미국에서 2021년 연간 집행된 투자 규모의 2배, 2019년과 비교하면 약 20배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LG와 한화그룹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화해 내놓으면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 성과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바라봤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최소 4곳의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거나 증설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온과 삼성SDI를 포함하는 한국 배터리 3사는 일제히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하고 현지 전기차 고객사의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2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집행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과 같은 해외 기업의 미국 내 생산설비 구축이 미국의 전체 투자 유치 금액에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며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처음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산업에 지원 정책을 제시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 의회에서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는 사례가 나오며 두 법안이 법제화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정책이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게 된 만큼 바이든 정부를 향한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른 시일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구체화해 제시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