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2분기 새 확장현실 기기 공개를 앞두고 있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후퇴한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단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확장현실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애플이 먼저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피해 사업 불확실성을 한결 줄일 수도 있다.
▲ 애플이 새로운 확장현실 기기를 출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을 부흥시킨다면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확장현실 기기를 올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 삼성전자에겐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확장현실기기에는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도 다수 들어가는데다 첨단 디스플레이 패널도 탑재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보면 애플은 오는 6월 새 확장현실 기기를 공개한 뒤 3분기 안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천억 원을 거뒀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96%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뒤 14년 만이다.
증권업계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는 애플이 확장현실 기기로 IT업계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경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태계에 긍정적 바람을 몰고와 삼성전자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둔화되면서 새로운 정보통신기기 및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확장현실 기기 산업의 성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전자 공급망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도 확장현실을 포함한 메타버스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첨단 메모리가 필수적이라고 바라봤다.
또한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확장현실 기기에서 쓰임새가 넓어질 마이크로 올레드(올레도스) 패널 기술개발에 힘을 주고 있어 기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존 올레드 디스플레이와 달리 유리 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물질을 증착해 제조한다. 기존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선명도와 해상도를 확장현실 기기에 맞게 개선한 제품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국제정부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2022’ 기조연설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올레드를 빠르게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확장현실 디스플레이 시장은 매출기준으로 2022년 9억2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앞으로 5년 간 해마다 60% 가량 성장하면서 2027년에는 93억 달러 가량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DSCC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한 확장현실 기기 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관련 디스플레이 시장인 마이크로 올레드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게다가 애플이 불확실성이 아직은 상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확장현실 기기에서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출시가 늦은 삼성전자로서는 이를 참고해 사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스마트폰을 처음 부흥시킨 것이 애플 아이폰이었지만 삼성전자가 양대 산맥을 이룬 것처럼 삼성전자가 애플이 펼쳐놓은 확장현실 기기 판에 올라타 손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장현실 기기는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IT 제품으로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에게 혁신적 경험을 제공할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본격적 시장 성장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는 늦은 올해 4분기 글로벌 IT기업 퀄컴, 구글과 협력해 확장현실 기기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에서는 칩셋을 개발하는 퀄컴과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 하드웨어와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협력을 이어온 바 있어 새 확장현실 기기 폼팩터에서 애플이 겪는 시행착오를 개선해 차별화한 제품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확장현실 개발 관련 협력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확장현실 폼팩터를 개발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