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부실판매 제재가 금융지주 CEO에 이어 증권사 CEO로 향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사모펀드 부실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금융지주 CEO에 이어 주요 증권사 CEO를 향한다.
금융당국이 옵티머스와 라임 등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재 대상에 오른 KB증권과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판매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제재조치 심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전날 박 사장과 정 사장, 양 부회장에 대한 제재조치 심의를 다시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검찰도 최근 문재인정부 당시 부실수사 논란을 겪었던 옵티머스와 라임펀드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전반적 분위기가 금융위의 제재 확정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박 사장과 양 부회장, 2021년 3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 사장에게 각각 문책경고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금감원 조치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확정되는데 향후 회의에서 기존 의결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박 사장과 정 사장, 양 부회장은 관련법에 따라 3~5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취업제한 조치는 오너 일가인 양 부회장보다는 전문경영인인 박 사장과 정 사장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과 정 사장은 각각 올해 말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 이번에 제재가 확정되면 연임은 물론 다른 금융사에서도 한동안 일할 수 없다.
금융위의 제재조치 심의 재개 계획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도전 포기와 같은 날 발표된 것도 의미 있게 평가된다.
손태승 회장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뒤 금융당국의 자진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회장뿐 아니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자진 사퇴 배경에도 라임펀드가 있다고 보고 있다.
▲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부실판매와 관련한 증권사 CEO의 제제조치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3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선출 당일 갑작스럽게 사임했는데 당시 기자들을 만나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책임론을 이야기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다음 수순으로 증권사 CEO 제재에 속도를 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사태를 앞세워 주요 금융사 리더십에 영향을 주는 현재의 흐름이 윤석열정부 출범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을 예고했고 이후 취임식 다음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합동수사단이 즉각 꾸려졌다.
검찰의 이번 옵티머스와 라임사태 재수사도 서울남부지검의 합동수사단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감원 최초 검찰 출신 원장으로 취임 이튿날 옵티머스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시스템 점검 의지를 보였고 이후로도 사모펀드 감시체계를 정비해 옵티머스와 라임펀드 사태와 같은 피해를 막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검사 시절 현재 서울남부지검을 이끌고 있는 양석조 지검장과 함께 윤석열라인 특수통으로 분류되며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재조치 심의 재개 결정은 최근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기본적 법리가 확립됐다고 보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재안건 심의는 실무 준비를 거쳐 2월 중 재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