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미국 반도체지원법 본질은 중국 견제, 자신감 하락 증명”

▲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칩4와 관련해 특정국을 배제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본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며 미국이 이를 통해 기대하는 목표를 이뤄내기 힘들 것이라는 중국언론의 주장이 나왔다.

반도체지원법은 중국과 경쟁에서 미국의 자신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심리를 증명하고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0일 논평을 통해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최종적으로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그 이유를 놓고 “미국이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 보수적, 폐쇄적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자유무역 시대에서 시장이 주도해야 할 글로벌 반도체 산업 구조를 재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판 거국체제(자국 이익을 최대 목표로 하는 체제)의 산물이라며 이는 중국이 첨단 기술 독립을 위해 거국체제를 시행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지원법을 추진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은 잠재적 경쟁상대에 올가미를 치려는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 자체가 중국과 경쟁에서 미국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심리도 있음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수법으로 상대의 경쟁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8월 말이나 9월 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 국가 연합 ‘칩4’ 동맹 예비회담을 앞두고 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칩4’는 미국의 주도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4대 글로벌 반도체 주요 국가가 구성하는 협의체다. 한국 정부는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한 뒤 협상 결과에 따라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칩4는 미국이 중국을 배척하기 위해 만드는 동맹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칩4 동맹뿐 아니라 반도체지원법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다른 국가들이) 한 쪽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협박성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바라봤다.

칩4와 반도체지원법 모두 보편적 산업 지원 정책의 범위를 넘어 중국의 성장을 막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환구시보는 단기적으로 중국이 반도체지원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트럼프 정권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독립성을 키워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환구시보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인위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모두를 해치는 방식”이라며 “반도체지원법은 역사의 후퇴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9일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지원법에 서명했다. 반도체지원법에는 지원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일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