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6-24 1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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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당 윤리위원회의 성 상납 의혹 징계 수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에게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딸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는 ‘40대 기수론’으로 정치권에 세대교체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기성 군사정권과 타협한 뒤 ‘사쿠라(변절자)’ 비판을 받았다.
▲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도중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4일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윤리위가 7월7일로 이 대표 징계 결정을 미룬 것을 두고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본질이 아니다”며 “윤리위는 7월7일 이 대표 당신 그 때 보자, 다음은 당신이야 하고 선언을 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날 동반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그만큼 신중하게 절차를 밟았다는 인상을 국민들께 드려야 윤리위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당성을 획득하지 않겠나”며 “절차상 하자를 치유하고 할 거 다 하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사실상 이미 징계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7월7일 징계 수위 결정만 남겨두고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리위가 여러 차례 이 대표 징계 절차를 미뤄오면서 최소 ‘경고’ 이상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리위는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6월2일로 회의 날짜를 잡았다가 22일로 옮겼는데 이번에 또 다시 7월로 연기했다. 이 대표는 징계 연기가 고의적 당 대표 흔들기라며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윤리위에서는 당원에 대해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가지 단계의 징계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가장 낮은 경고만 받더라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는 30대의 나이에 국민의힘 대표에 올랐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를 이끌며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기존 정치 지형을 깨고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찰나에 발목이 잡힐 수 있게 됐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윤리위를 이끄는 이양희 위원장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윤리위를 이끄는 이양희 위원장은 16일 해외출장에서 귀국한 직후인 18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 “윤리위는 당원 개개인의 지위고하 상관없이 모든 당원에 대한 징계 관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를 징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로 애초 이 대표 측근으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이끌던 시절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 위원장을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이 대표였다.
이 위원장의 부친은 고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다. 7선 의원으로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김’과 함께 정치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19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쟁할 정도의 입지를 지닌 야당 지도였다. 그러나 유신 시절인 1976년 신민당 대표 최고위원에 오른 뒤 박정희 정권과의 타협에 기반한 중도통합론을 주장하자 ‘사쿠라(변절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조지타운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대학교에서 특수교육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생활과학부 아동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유엔 미안마 인권 특별보고관으로도 활동했다.
부친처럼 정치권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 이어 2020년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국민의힘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아들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이다.
이준석 대표가 당내 친윤세력 등 기성 정치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과 윤리위의 최근 움직임이 이들 친윤세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하루 종일 심리전을 폈는데 이양희 위원장이 흔들림 없이 계획대로 간다고 했다"며 "뒷심이 뭔가 분명히 있는 거고 본인의 내공도 대단하다는 걸 보였다"고 바라봤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