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에게 1억3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 대법원 전경.
임금은 줄었으나 업무 내용은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이나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다면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91년 연구원에 입사해 2014년 명예퇴직했다.
연구원은 지난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A씨는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었다.
그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며 퇴직 때까지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연구원 측은 고령자고용법에는 모집과 채용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임금에 관한 차별금지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연구원 직무 성격에 비춰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란 사정이 없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노동조합과 오랜 협의 끝에 노조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취업규칙 내용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 규칙이 무효가 된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현재 다른 기업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도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향후 각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의 도입 및 시행방법 등을 놓고 재논의·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