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 기업고객 전용 통신회선서비스 ‘U+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국내 양자암호통신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금융기관, 데이터센터, 공공기관 등 보안에 민감한 기업고객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12월 서울대 산업수학센터, 암호기술 개발 스타트업 크립토랩과 양자내성암호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2년 5개월 만에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 정식 통신회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양자내성암호는 연산능력이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양자컴퓨터로부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차세대 보안기술로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기술이 적용된 광전송장비(ROADM)를 통해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환경을 제공한다. 고객이 전용회선을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양자내성암호키를 활용해 외부에서 데이터를 빼가거나 훔쳐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공공기관,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다루는 금융기관, 데이터센터(IDC)에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IT기업 등 기업고객들이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빠르면 5년 뒤에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텐데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미리 대비해둬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은 기업고객이 이용하고 있는 기존 전용회선서비스보다 이용요금이 조금 비싸졌는데 민감정보를 다루는 기업고객들로서는 크게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전용회선서비스를 시작으로 지속해서 양자내성암호기술을 활용한 B2B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 양자암호통신시장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유플러스는 양자암호통신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국정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주도로 구성된 산학연 전문가단체 양자내성암호연구단, 서울대, 크립토랩 등과 함께 양자내성암호기술의 국내표준(K-PQC)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경쟁사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통신기술에서 양자난수발생기(QRNG)와 양자암호키분배(QKD)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양자컴퓨터로도 뚫는 데 수조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양자난수발생기와 양자암호키분배를 이용하는 방식은 키관리시스템(KMS), 인크립터(암호화도구) 등 전용 하드웨어장비가 필요하다"며 "양자암호통신을 구축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 날씨, 습도 등에도 영향을 받기 쉬워 네트워크 거리에 제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양자내성암호 방식은 기존 장비에 모듈만 끼우면 돼 구축비용이 낮고 외부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양자내성암호방식은 미국 정부와 주요 IT기업들이 이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정부기관은 2030년까지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 보안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BM,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는 양자내성암호기술의 국제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한 통신회선 서비스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해외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보유한 양자내성암호기술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120년 전통의 세계 기술분야에서 권위지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2021년 3월 “양자내성암호에 관한 세계 각국의 노력 가운데 특히 LG유플러스의 양자내성암호 알고리즘 개발을 주목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NIR&C는 글로벌 양자암호통신시장 규모는 2020년 7억7800만 달러(1조 원)에서 2030년 290억1200만 달러(36조 원)로 연평균 43.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암호통신사업을 계기로 황 사장의 B2B사업 강화 전략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B2C(기업과 고객 사이 거래) 영업성과를 인정받아 LG유플러스 내부 출신 최초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1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우선 자신의 강점을 살려 무선통신서비스, 스마트교육, 스마트헬스케어 등 B2C 사업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그 뒤 황 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메타버스, 스마트팩토리, 데이터센터, 보안 등 B2B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황 사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20% 수준인 B2B사업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