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로운물결이 더불어민주당의 합당 제안을 수용하며 양당 합당이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였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어느 곳에 출마할지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구도와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로서도 출마 지역에 따라 향후 정치 여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추진 및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기구 공동 구성을 수용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안민석·조정식·김태년 의원, 최재성 전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중진 의원들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아직 없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역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어 그의 선택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도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제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하며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도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나 출마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이른 시간 내에 당과 시민 또는 도민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이번 주를 넘기지 않고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했을 때 경기지사가 아닌 서울시장 출마를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출신이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낙선하며 아직까지 경기도지사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선 여부를 떠나 경기지사보다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출마 후보가 딱히 없는 상황이라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험지에 나가 희생했다’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향후 총선 출마 등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 서울은 험지에 가깝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인데다가 서울 민심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오세훈 시장의 재임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리고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워 민주당과 합당한 뒤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패배 요인인 ‘심판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민심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게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들에서 적은 차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26~27일 이틀 동안 실시해 29일 발표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43.8%, 국민의힘이 41.9%의 지지를 얻었다.
리얼미터가 21~25일 조사해 28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42.7%, 국민의힘 지지도가 40.0%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김 대표가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본인의 중도표심과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를 더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 대표가 경기지사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 합당한 뒤 경기지사에 출마하려면 당 경선을 거쳐야 하겠지만 후보로 선출되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은 서울보다 높은 편이다.
경기도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이 상임고문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고 지난 대선 때 윤 당선인보다 더 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김 대표가 이 상임고문을 지지하며 사퇴를 결정한 뒤 지금까지 두 사람이 ‘정치개혁’을 공감대로 교류를 이어온 것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경기지사 출마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김 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선 통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 대표는 양측이 협의만 된다면 민주당 경선 방식을 따르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소한 조건이나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아주 쿨하게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난 뒤 3개월 만에 열리는 선거라 정권교체 민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 입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대표의 상대후보로 인지도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나오면 서울보다 가능성이 높았던 경기도지사까지 국민의힘에게 내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김 대표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돼 정치적 미래가 사라질 수 있다.
유 전 의원도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 안에 경기지사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충북지사 출마설도 제기된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3선 임기를 마쳐 민주당이 새 후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첫 공무원 생활도 충북도청에서 시작했다. 새로운물결 창당을 앞두고 충북을 찾아 본인을 ‘충청의 적자이자 적통’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때부터 지역보다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며 충북지사 출마설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출마 지역과 관련해 "서울, 경기가 많이 나오는데 조금 더 큰물에서 정치교체 발전을 위해서 일해 달라는 분들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