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3-03 15:13:57
확대축소
공유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한동안 크게 하락했던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종목들이 침공 이후에는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다만 종목별 수익률 차이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 원유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반면 지정학적 위험을 안은 러시아와 유럽 관련 상품 등은 침공 이후 하락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관련 상품에는 가격 폭락에도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ETF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기 직전인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국내에서 거래된 ETF 543개 가운데 229개의 가격이 올랐다.
전체 상품의 42%가 가격이 오른 것인데 올해 들어 침공 이전까지 ETF 가격이 대부분 내린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올해 1월3일부터 2월18일까지 국내에서 거래된 ETF 533개 가운데 가격이 오른 상품은 125개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상품의 23%에 그친다.
당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ETF의 전반적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하지만 실제 침공이 일어나자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지정학적 위험과 상관이 없고 원유 등 가격상승 혜택이 나타날 수 있는 ETF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예견된 전쟁의 경우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전쟁 발발 이후 증시가 상승하고 있다”며 “ETF 역시 지정학적 위험과 연관이 없는 분야는 전쟁 이후 가격 정상화가 지속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른 ETF 종목을 살펴보면 1위 ‘KODEX WTI원유선물(H)’, 2위 ‘TIGER 원유선물Enhanced(H)’ 등 수익률 1위와 2위를 모두 원유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이들은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각각 20.25%와 19.23% 올랐다.
원유 관련 ETF는 올해 들어 전쟁 발발 이전에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KODEX WTI원유선물(H)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1월3일부터 3월2일까지 각각 43.35%와 42.28%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오른 종목 1위와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수익률 상위 ETF 종목.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화면 캡쳐>
신재생에너지 분야 ETF의 약진도 눈에 띈다.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와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가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 기간 각각 11.73%와 10.46%, 10.30% 올라 수익률 4위와 7위, 8위를 차지했다.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와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올해 들어 2월18일까지는 각각 12.93%, 11.02%, 18.40% 내리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 전쟁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가 전쟁 발발 이전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점,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전통에너지를 향한 공급 불안감에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크게 내린 ETF 종목을 살펴보면 ‘KINDEX 러시아MSCI(합성)’가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47.44% 빠져 하락율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같은 기간 하락률 2위와 3위는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가 차지했다. 이들은 이 기간 각각 18.89%와 18.08% 내렸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1월3일부터 2월18일까지는 4.64% 내리는 데 그쳤는데 침공 이후에는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한 금융제재를 강화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도 올해 들어 2월18일까지는 하락율 15.30%와 17.07%를 보였는데 침공 이후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원유선물인버스 상품이 원유가격 하락쪽으로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전쟁 이후 원유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ETF 가격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수익률 하위 ETF 종목.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화면 캡쳐>
유럽에 투자하는 ETF도 침공 이후 낙폭을 키웠다.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H)’,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은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각각 17.30%, 16.85%, 16.74% 내려 낙폭 큰 종목 4위와 5위, 6위에 올랐다.
유럽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의 경우 지정학적 위험에 더해 유럽에서 급등한 탄소배출권 가격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나오면서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1월3일부터 2월18일까지는 각각 8.36%와 7.83% 올랐는데 전쟁 발발 이후 하락 전환했다.
낙폭이 큰 종목 가운데 특히 러시아 관련 ETF는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국내 유일의 러시아 관련 ETF인데 가격이 매일 크게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2월18일부터 3월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KINDEX 러시아MSCI(합성) 순매수 규모는 280억 원에 이른다.
▲ 2월 이후 KINDEX 러시아MSCI(합성) 투자자별 순매수 규모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화면 캡쳐>
개인투자자는 전날인 2일에도 KINDEX 러시아MSCI(합성)을 12억5천만 원가량 순매수했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2일 16.68% 내렸다.
개인투자자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러시아 펀드가 크게 내렸다가 2015년 빠르게 가격을 회복한 때를 기억하고 나중에 오를 것을 기대하며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다르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해 더욱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9일부터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점도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현재 단일가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월28일 투자유의종목 지정예고에 이어 2일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실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ETF 투자유의종목에 지정되면 3거래일 동안 단일가로 거래된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이론가와 시장가가 다르게 형성되고 있어 KINDEX 러시아MSCI(합성)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며 “투자자보호 및 시장안정을 위해 거래정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단일가 매매 중에도 거래가 정지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단일가 매매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