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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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2021년 사상 최대인 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올해 통신설비 투자를 줄여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5G주파수를 할당할 때 부과한 기지국 설치 목표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통사가 통신설비 투자를 줄여나가게 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 모두 2021년 통신설비 투자를 2020년보다 소폭 줄여 5G통신 품질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지속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통3사는 5G통신 고객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2021년 사상 최대치인 4조38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통신설비 투자총액은 8조2016억 원으로 2020년 8조2776억 원보다 0.9% 줄였다.
특히 이통3사 가운데 5G통신 품질이 가장 떨어지는 LG유플러스는 2021년 무선통신망 투자에 8873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2020년보다 15.1%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5G통신 기지국이 정부가 설정한 목표에 크게 미치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통3사는 올해 통신설비 투자 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실장 전무는 2021년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2012년 LTE를 처음 도입했을 때에도 통신설비 투자에 3조7천억 원까지 지출했다가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며 “5G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원 SK텔레콤 재무그룹장도 온라인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이통3사의 농어촌지역 5G통신망 공동구축 등 통신설비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5G통신설비투자 부담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콘퍼런스콜에서 통신설비 투자규모에 관해 직접적 언급을 내놓진 않았지만 다른 2개사와 비슷한 기조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통3사의 통신설비투자가 줄어든다면 5G통신 전국망 구축이 지연될 수도 있어 5G통신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9월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은 통신사별 기지국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8월까지 이통3사는 모두 5G기지국 17만5577국을 구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은 6만2959국, KT는 5만8605국, LG유플러스는 5만4013국을 설치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2018년 6월 이통3사에 3.5GHz 대역의 5G주파수를 할당할 때 2028년까지 각각 5G기지국 15만 국을 구축할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통3사가 구축해야 할 기지국 수는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전국적 5G기지국이 미비한 영향으로 이통3사의 5G통신속도는 가입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21년 12월 말 과기정통부의 ‘2021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통3사 5G통신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로 2020년 하반기보다 16.08% 늘었지만 아직 1Gbps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통3사는 5G통신 상용화 초기 5G다운로드 속도가 LTE다운로드 속도의 최대 20배인 20Gbps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5G다운로드 속도는 LTE다운로드 속도(150.3Mbps)의 5.3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자체 진행한 조사를 보면 5G다운로드 속도와 LTE다운로드 속도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참여연대는 2021년 5~6월 서울시내 행정동 5곳의 주민센터, 은행, 대학교 등 주요 공공시설 내외부와 지하철역, 중심가 및 아파트단지 등에서 5G통신 다운로드 속도를 평가했다. 이 조사에서 5G다운로드 속도는 711.6Mbps로 집계돼 LTE다운로드 속도(207.74Mbps)보다 3.4배 빠른 데 머물렀다.
참여연대는 특히 실내에서는 5G다운로드 속도가 526.35Mbps로 더 떨어졌다며 이통3사에 실내 5G통신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못한 점 등을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5G통신품질과 커버리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개선계획과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5G요금제를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G통신서비스에 관해 ‘5G는 속도가 오지게 느려서 오지’, ‘수도권 아니면 5지 쓰지 말라던데’ 등 부정적 반응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통신서비스가 처음 등장하면 초기에는 통신설비 투자가 많지만 점차 통신설비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명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구의 80%가 거주하는 주요 도시 85곳에는 5G기지국 구축을 거의 마쳤고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음영지역에 5G통신망 개선작업이 이뤄질 것이다”며 “사업초기에는 장비구매 등의 이유로 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이후에는 기지국공사 및 장비유지보수 등의 작업이 이뤄지게 돼 통신설비 투자규모는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통신설비 투자가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5G통신 주파수의 도달거리가 짧은 특성 때문에 통신망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LTE보다 더 촘촘히 기지국을 구축해야 해 2022년 이통3사의 통신설비 투자는 202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