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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겸임하며 올레드패널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전장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자계열사를 재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역할 강화
29일 재계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이 주도권을 강화하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변화가 주목된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을 맡고 있다. 5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박동건 사장은 DS부문으로 이동해 미래사업을 계획하고 삼성전자의 부품설비와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직은 부품사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의 이동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수요둔화가 이어지고 반도체사업에서도 중국과 일본기업들의 공격적 사업강화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며 업황 전망이 밝지 않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데 실적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려 하는 자동차부품사업도 아직 사업구상을 계획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적에 기여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95%에 가까운 점유율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이른 시일 내에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애플이 당장 내년부터 올레드패널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 경우 스마트폰시장이 빠르게 올레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력과 수율 역시 당분간 경쟁사의 진입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07년부터 올레드패널을 양산해 삼성전자의 MP3와 휴대폰 등에 공급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 증설에 10조 원 정도를 투자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금액의 투자가 집행되면 위험성도 커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맡게된 배경 중 하나다.
박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자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740억 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흑자를 유지하며 업황악화에서도 선방한 것을 감안하면 성적이 부진한 것이다.
◆ "전자계열사 재편 포석" 해석도
권 부회장이 부품사업을 총괄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영에 발을 넓히는 것이 전장사업 확대를 위한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조직개편을 앞둔 움직임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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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부품에서 LG그룹과 같이 수직계열화구조를 갖춰내 사업부의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LG그룹의 경우 지주사 LG의 주도 아래 LG전자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계열사가 각 사업분야의 전장부품을 공급해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는 구조를 갖춰내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시 합병을 추진하며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에도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84.8%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2012년 삼성전자의 LCD사업부를 분사해 설립됐다. 하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의 사업부 가운데 하나로 운영되며 연결실적에 포함된다.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겸직하면서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와 합병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SDI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15.2%를 사들이면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이밖에 전장부품과 전기차 배터리를 각각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합병할 가능성도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업황악화로 두 계열사가 모두 부품사업에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신사업에서 영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너지를 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우존스뉴스는 "권 부회장의 이동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며 "사업과 고객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