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상단 가운데부터 시계방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모두 ‘디지털’과 ‘플랫폼’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기존 금융권의 보수적 문화나 안일함을 반성하고 앞으로 경쟁자가 빅테크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등 2021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3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모두 2022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2022년 금융지주사 회장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단연 '디지털'이었다.
윤종규 회장은 5번,
조용병 회장은 6번,
김정태 회장은 9번,
손태승 회장은 11번,
손병환 회장은 4번 디지털을 언급했다.
디지털과 함께 많이 언급된 단어는 '플랫폼'이었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윤종규 회장과
조용병 회장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하며 2022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플랫폼 경쟁을 예고했다.
윤종규 회장은 신년사에서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No.1 금융플랫폼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앱’으로 자리잡고 계열사의 앱들과 상호 연계와 보완을 강화하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슈퍼앱이란 하나의 앱만 있으면 별도로 다른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송금, 투자, 쇼핑, 예매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용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며 2021년 10월 주요기능을 KB스타뱅킹으로 모았다.
KB국민은행 서비스뿐 아니라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등 6개 주요계열사의 서비스까지 모두 담으면서 슈퍼앱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윤 회장은 “예금에서 투자로의 자금 이동과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막, 기술이 수요를 만들고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KB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22년 최우선 과제를 플랫폼 경쟁력 확보로 꼽았다.
조용병 회장도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며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말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역량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어느 금융그룹보다도 다양한 서비스로 플랫폼 앱 확대에 힘쓰고 있다.
신한카드는 2021년 10월 통합앱 ‘신한플레이’를 선보이며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사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만들었다. 올해는 신한은행이 개인뱅킹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주주와 고객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태 회장은 “작년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때 45조 원, 카카오페이는 33조 원에 육박했다”며 “우리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에게 인정받는 것이 하나금융의 핵심 과제임을 밝혔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이처럼 다른 업종의 기업가치와 직접 비교하며 정체돼 있는 주주가치 반등에 의지를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손병환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고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잘 해왔던 사업모델과 사업운영 방식도 과감히 바꿔 나가야 한다”며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고객자산관리와 은퇴금융부문의 중요성을 자세하게 언급하며 NH농협금융이 앞으로 자산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부문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손 회장은 “이미 NPL(부실채권 투자사) 자회사인 ‘우리금융F&I’는 모든 설립 준비가 마무리돼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증권 부문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는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중·대형급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만약 시장에 적정한 매물이 없으면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추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한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손 회장은 증권사 다음의 우선 순위로 벤처캐피탈(VC)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