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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나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반 년을 훌쩍 넘겼다.
최 회장은 경영복귀 직후 국내외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다 지난해 말 혼외자 스캔들 파문을 기점으로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상반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SK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등 책임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최 회장 복귀 이후 SK그룹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 최태원 지배체제 강화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자와 유력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사업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서린동 SK사옥에서 방한한 천민얼 중국 귀주성 당서기와 면담했다. 최 회장은 천민얼 서기에게 SK그룹의 중국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9일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솔루션기업인 미국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과 디지털분야 등 미래사업에 대한 다양한 협력을 다지는 자리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지주사 SK의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년 만에 이사로 등재했다. 동시에 SK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의 반대와 최 회장 개인사에 대한 여론악화를 정면돌파한 것이다.
최 회장은 지주사 SK 외에 SK하이닉스나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았다. 지주사를 통해 SK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기존사업은 물론 앞으로 신사업도 지주사 SK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가 지난 2월 의약품생산(CMO) 바이오사업 계열사 SK바이오텍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출범한 통합 SK의 지분 2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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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이 20일 서울 종로 실버영화관 낭만극장에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상 더욱 높아져
SK가 지배구조와 사업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진 것과 함께 최 회장 복귀 이후 경영의 중심에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계열사 수장들이 모이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일종의 집단지도체제인 셈인데 최 회장이 수감된 뒤 오너 부재에 따른 위기경영 관리 역할을 도맡아 왔다.
최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경영에 복귀하면서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김창근 의장을 유임시키면서 오히려 힘을 실어 줬다.
또 기존 6개 위원회와 1개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던 기존 협의회 산하 위원회도 재편했다.
기존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합쳐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로 나눴다. 에너지화학위원회는 정철길 부회장이, ICT위원회는 임형규 부회장이 맡았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혼외자 스캔들을 자진고백한 뒤 운신에 제약을 받게 된 것도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원심력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올해 1월 계열사 전체에 대한 인수합병과 글로벌사업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통합금융솔루션팀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직속 기구로 신설했다. 당시 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사장을 신설팀의 수장으로 영입했다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이 조직은 여전히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서 후방지원 조직으로 육성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상을 강화해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차이나인사이더’ 가속화
SK그룹은 ▲ IT서비스 ▲ ICT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 바이오·제약 ▲ 반도체 소재·모듈 등을 5대 핵심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SK그룹에서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도 이런 틀에서 확장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차이나인사이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은 경영복귀 직후에도 중국 현지 사업장부터 먼저 찾았으며 지난달 보아오포럼 기간에도 중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올해 중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터리핵심 소재인 리튬 2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위해 공장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배터리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것이다. 배터리사업은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에너지’사업의 핵심분야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신산업추진단을 신설했다.
SK그룹은 SK종합화학에서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시노펙과 합작을 통해 중한석화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또 중국 혼하이그룹 내 자회사 팍스콘과 합작기업 FSK홀딩스를 설립하고 홍콩 스마트센서·사물인터넷(IoT) 통신부품 제조 기업인 다이와 어소시에이트 홀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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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최태원 SK 회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안갯속'
최 회장이 복귀한 뒤 SK그룹에 변화와 활기가 돈 것은 맞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문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1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허가 신청서를 냈으나 경쟁사들의 반발과 시장 독과점 논란 속에 기업결합 심사가 넉 달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 가운데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은 21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이미 법정기한인 120일이 지난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결합 심사에서 최장기록을 세웠던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심사기간마저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총선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경제운용 정책을 큰 틀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관측돼 정부의 인수합병 최종 인가는 오는 7월 혹은 8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심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반 SK텔레콤’ 공동연합군을 형성하고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연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줄지 불투명하다.
최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과감한 결정으로 사면을 받았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다음달 1일 이란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도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SK그룹 관계자는 “산업적 관점에서 충분히 심사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