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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박근혜 앞 보궐선거 태풍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6-05 17: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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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회생 박근혜 앞 보궐선거 태풍  
▲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기사회생했다. 세월호 참사로 침몰직전에서 다시 일어섰다.

지방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에게 반전의 단초를 마련해줬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다면 만신창이 상태가 돼 조기에 레임덕을 맞을 수 있었지만 그 위기는 벗어났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새로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7월30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1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뽑는 대규모 선거다.

이 선거결과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향후 명운을 가를 것이다. 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박 대통령은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선거를 앞두고 던질 수 있는 승부수는 바로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쇄신이다. 박 대통령이 내놓을 인적쇄신이 민심의 눈높이에 벗어난다면 이번에 박 대통령에게 기회를 준 민심은 바로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재보궐선거에서 표로 다시 심판하려 할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선거 전의 마음처럼 백지상태에서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해야 하는데 선거결과를 놓고 인적쇄신의 폭을 재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와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박근혜를 구한 ‘박근혜’ 이름 석자

역대 지방선거는 정권의 심판대 노릇을 했다. 지방선거는 통상 정권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면서 여당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민심이 표출됐다. 이 때문에 여당보다 야당이 우세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중간평가에서 대패할 경우 정권은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심각한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단 한 곳만 가져가 12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에 크게 뒤지며 참패했다. 그 결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율 20.2%라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돼 사라지며 최악의 레임덕을 겪었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런 점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중요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박 대통령이 어떻게 힘써 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수도권 전패와 대구 부산까지 내 줄지도 모를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 무승부가 됐다. 박 대통령은 한숨을 돌린 셈이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치른 지방선거 위기에서 탈출하게 만든 힘은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였다.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 “박근혜 대통령을 구해달라”는 선거전략을 들고 나왔다. 정권 심판론에 맞서 정면으로 정권 수호론을 펼쳤다. 그리고 보수층이 결집했다.

송영길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이겼다”고 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전패한 충청도의 후보 관계자도 “하루 이틀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선거판세에 변화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기사회생했고 새누리당은 구사일생했다.

◆ 내상 심각히 입은 박근혜

그러나 이런 평가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균형추를 맞췄기 때문에 비겼다고 할 수 있다.

속을 들여다 보면 박 대통령은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충청권에서 완패했다는 점과 여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 등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치른 지방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에게 더 무거운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입장을 취했으나 지방선거를 박근혜 이름으로 치르면서 이제는 더 많은 과제들을 직접 떠안게 됐다”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각종 이슈와 사고들에서 책임을 피해나가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만 바라보는 무기력증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겨줬다. 당장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5일 “박근혜 마케팅이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해서 또 다시 대통령만 바라보는 무기력하고 안이한 형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상일 의원은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미 “박 대통령에게 어려운 고언을 앞으로 드릴 생각”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기사회생 박근혜 앞 보궐선거 태풍  
▲ 박근혜 대통령(좌)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우)

◆ 기대치 훨씬 높아진 민심 앞에 선 박근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기대치가 훨씬 더 높아진 민심과 마주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한 이번 선거결과는 그 자체가 국민의 소중한 민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국민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 민심 앞에 두가지 방향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5일 국가유공자 및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경제개혁과 국가개조를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개혁을 비롯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우리사회 곳곳의 적폐를 바로 잡아 반드시 안전한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박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세월호 참사가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경제상황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위기상황을 맞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어떤 인적쇄신 승부수 던지나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출발은 인적 쇄신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부와 청와대를 바꿔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총리 후보가 낙마하고 지난 2일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국정운영의 열쇠가 될 국무총리 자리는 공직사회 개혁을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법조인 출신보다 정무감각과 추진력을 갖춘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조계 출신인 정 총리와 안 후보자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총리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청와대 인사쇄신의 핵심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다. 핵심수석들의 교체 가능성은 언급되지만 김 실장의 교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는 높지만 김 실장이 없는 청와대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결국 김 실장의 교체와 이에 대한 민심의 반응이 인적쇄신에 대한 평가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인사에 발목을 잡혀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총리로 내정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급 인사가 줄줄이 낙마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과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는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이런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에 주요 원인으로 박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이 꼽힌다. 넓게 눈을 돌리지 못하고 ‘내 사람’을 고집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인사를 그르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에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불통인사’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박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은 지방선거 이후 정국을 이끌어 가는 방향을 결정짓는 승부수다. 이 승부수를 잘못 던질 경우 박 대통령은 “이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민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회생 박근혜 앞 보궐선거 태풍  
▲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정부의 명운 가를 7월 재보궐 선거

더욱이 그 민심이 표출될 시간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바로 7월 30일 실시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다. 지방선거 결과를 추스르기도 전 한 달 여 만에 재보선 선거가 닥친다.

이번 7·30 재보선 선거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현재 확정된 곳만도 12곳이고 현역의원들의 재판결과에 따라 최대 18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7·30 재보선 선거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박빙승부를 펼친 수도권지역이 여섯 곳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여야 모두 거물급 인사를 출전시켜 재보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황식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새누리당 재보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도 만만치 않다. 손학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이 7·30 이번 재보선 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몽준, 남경필 의원 등 총 7명의 의원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149석으로 과반 의석이 깨진 상태다. 최소한 2곳 이상 승리해야 과반수를 회복할 수 있다. 여기에 유승우 의원이 출당조치를 당해 새누리당은 3곳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부산과 울산에서 이기더라도 격전 지역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과반 의석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재보궐 선거가 말 그대로 박 대통령의 중간평가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여파를 딛고 지방선거에서 회생했는데 인적쇄신에 실패해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되면 재보궐 선거 패배는 불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급격히 레임덕을 맞이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국회의원들의 운명과 상관이 없지만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힘은 급속하게 빠지게 된다”며 “박 대통령이 향후 정국 운영에서 힘을 지닐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결국 재보궐선거 결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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