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0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계약한 건설사업관리용역 가운데 종합심사낙찰제로 진행된 사업에 참여한 입찰 업체수 현황 그래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에서 입찰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계약된 토지주택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의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92건 사업의 총계약금액은 4505억 원에 이른다.
경실련의 분석결과 92건의 사업 가운데 66건(72%)은 2개 업체, 17건(19%)은 3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다.
또 92건의 사업 가운데 85건은 종합심사낙찰제로 평가됐는데 이 가운데 65건(77%)의 입찰은 참여업체가 2곳에 그쳤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를 합산한 통합평가방식으로 20억 원 이상의 사업을 평가할 때 적용된다.
경실련은 입찰참여업체가 대부분 2곳이라는 점에서 입찰담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실련은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에서 기술이행능력을 겸비한 업체들은 상당수가 있다"며 "그런데도 입찰참여업체 수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 것은 상위업체끼리의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분석결과 돌아가면서 수주하기 위해 용역규모가 큰 종합심사낙찰제 사업에서 2개 업체만 입찰한 사례가 두드러졌다"며 "줄세우기 입찰담합 징후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주현황을 보면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의 53.3%인 49건을 수주해 계약금으로 모두 2898억8천만 원을 받았다. 이는 전체 계약금 가운데 64.3%다.
투찰가격을 비교하면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전체의 80%(74건)였다.
이 가운데서도 63%(58건)는 0.5% 미만의 차이를 보여 가격담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경실련은 토지주택공사 내부위원들이 낙찰업체 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내부위원이 높은 평가점수를 준 업체가 낙찰된 사례는 90.2%(83건)에 이르렀다.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했지만 낙찰에서 탈락한 사업은 9.8%(9건)에 그쳤다.
또 외부위원보다 토지주택공사 내부위원이 용역평가 참여 경험이 많아 평가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실련은 용역사업을 평가할 때 업체순위별로 강제로 점수에 차등을 주는 '강제차등점수제'가 적용되는데 이 제도가 토지주택공사 퇴직자를 영입한 회사에게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사업금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사업 가운데 토지주택공사 퇴직자를 영입한 업체가 6개 사업을 수주했다.
가장 큰 계약금액의 사업을 수주한 건축사사무소는 토지주택공사 퇴직자 3명을 영입한 곳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입찰담합 징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설계용역금액을 부풀려 예산낭비를 방조하지 않도록 관련기준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