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STX조선해양을 지원하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조선기업에 추가지원을 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들은 STX조선해양 지원안이 통과될 경우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채권단에서 이탈할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남은 채권단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 시중은행, STX조선해양 추가지원에 난색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 추가지원안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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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이 은행들은 추가지원 안건이 채권단 회의를 통과할 경우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협의회에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추가지원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추가지원안이 통과될 경우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것이 맞다”며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질지 여부는 추가지원 안건에 대한 결론이 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직 추가지원안에 대한 찬반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15일 채권단협의회에서 45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용도변경해 지원하는 안건을 부의했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STX조선해양 지원방안이 확정된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에 포함된 시중은행들이 이런 추가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본 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바젤3 자본비율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2019년까지 평균 BIS(국제결제은행) 총자기자본비율을 11.5%까지 늘려야 한다.
9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 13.32%, KEB하나은행 14.6%, 신한은행 14.9%, 산업은행 14.72%, 수출입은행 9.44%, NH농협은행 14.1% 등 대부분의 은행이 해당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로 이자수익이 악화하고 있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앞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가지원 반대 결정을 내렸다”며 “조선업 업황을 감안하면 추가지원을 한다고 해서 STX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남은 채권단 부담 커져
시중은행들이 전부 반대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의 채권단 지분비율이 75%가 넘기 때문에 안건은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STX조선해양 채권단 지분비율은 산업은행 48%, 수출입은행 21%, 농협 18%, 우리은행 7%, 기타 6%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채권단에서 이탈할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채권단에서 빠진 은행들의 몫까지 돈을 더 지원해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은 사회적인 여파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건전성 악화 등 부담이 커지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이미 대우조선해양 등에 모두 4조2천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STX조선해양이 회생에 실패할 경우 밑 빠진 독에 혈세만 쏟아 부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어 진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자본 건전성 문제를 겪고 있는 상태라 추가지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럽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9월말 기준으로 BIS 총자기자본비율이 9.44%로 국내 은행들 가운데 가장 낮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