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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맥주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출시 직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모든 마케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모든 계열사를 통해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롯데와 경쟁하고 있는 유통회사 입점은 더디게 진행돼 판촉이 쉽지 않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 주류사업부가 첫 맥주제품인 ‘클라우드(Kloud)’ TV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주류가 배우 전지현이 등장하는 광고를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6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내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는 롯데그룹이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지난달 22일 시장에 출시한 첫 맥주 브랜드다. 롯데주류는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출시에 앞서 신제품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봉석 롯데주류 공장장은 지난달 4일 충주 공장에서 열린 사전 시음행사에서 “클라우드는 국내 맥주 중 유일하게 물을 섞지 않은 라거 맥주”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맥주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평소 맥주 애호가로 유명한 신 회장은 클라우드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클라우드의 별명이 ‘신동빈 맥주’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롯데주류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최근 종영된 한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하려고 했다. 롯데주류는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이 소주시장 2위에 오르는데 크게 일조한 ‘이효리 효과’를 떠올리며 이번엔 ‘전지현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모든 마케팅을 중단했다. 미리 준비했던 출시행사도 취소하고 조용히 시판에 들어갔다. 세월호 애도 분위기 속에서 공격적 주류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도 광고방영을 일시중단했다. 롯데주류는 신제품 출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홍보수단을 잃은 셈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12일부터 TV광고를 재개했다. 국내 맥주업체 3사가 일제히 광고 중단에 나선지 거의 한 달만이다. 이는 맥주의 최대 소비시즌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곧 월드컵이 열리게 됨에 따라 더 이상 광고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다만 아직까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짧은 분량의 티저 광고만을 내보내고 있다. 롯데주류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사고 직전 내보냈던 출시예고 광고를 다시 내보내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본격 광고방영 시점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롯데주류가 유일하게 믿을 구석은 롯데그룹이 가진 유통망이다. 현재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뿐 아니라 호텔롯데까지 클라우드 유통 확대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가 신 회장의 야심작인 만큼 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맥주판매대 전면과 즉석식품코너 옆에 클라우드를 진열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에 대해 “클라우드가 신제품이기 때문에 메인 진열대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클라우드의 판매비중이 롯데마트에서만 15.3%로 높고 홈플러스에서 1.7%로 저조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계열사 지원 효과가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롯데호텔도 클라우드 지원사격에 나섰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22일부터 잠실 롯데백화점 정문에 야외 펍(Pub)을 열어 ‘클라우드 비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클라우드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유통 경쟁사 입점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외에 현재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홈플러스와 GS25, CU, 미니스톱 네 곳뿐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슈퍼는 5월말에나 판매가 시작된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에브리데이, 현대백화점과 아직 협의 중이다.
롯데주류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체뿐 아니라 전체 도매상 1300여 곳 가운데 900여 곳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차차 시간이 지나면 전 유통망에서 클라우드가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