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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민간은행 여성임원 고작 8명, 금융권 유리천장은 왜 안 깨지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20-10-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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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리더가 화를 내면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여성리더가 화를 내면 신경질적이라고 평가받는 시대를 살았다.”

“항상 여성직원들에게 ‘남자와 업무량이 똑같으면 업무의 질을 1.5배로 높이고 질이 똑같으면 업무량을 1.5배로 늘리라’고 말했다. 결국 일로 승부해야 한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일에 더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4대 민간은행 여성임원 고작 8명, 금융권 유리천장은 왜 안 깨지나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으로 여성임원은 8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험업계 최초의 여성 CEO,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사장이 2009년에 했던 말이다. 10년도 더 전에 했던 말이지만 지금 들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국내 민간은행 역사상 첫 여성 은행장 탄생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여성임원(사외이사와 감사 포함)은 모두 더해 8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임원 수는 114명에 이른다.

KB국민은행에서 여성임원은 사외이사 1명과 상무 2명을 포함해 모두 3명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 2명, 하나은행 2명, 우리은행 1명이었다. 지방은행 역시 여성임원 수가 1~2명에 그쳤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여성임원이 비교적 많다. 두 은행의 전체 임원 수는 45명인데 이 가운데 여성임원이 12명이다.

국내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문제로 지적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여성임원이 처음 나온 건 2000년 서울은행의 김명옥 상무다. 그 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임원 수는 전체 임원과 비교해 현저하게 작다.

그나마 시중은행에서 여성임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부터인데 그 뒤로도 전체 임원에서 여성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치며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은행들이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은행 역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임원이 되려면 우선 오래 근무해야 하고 꾸준히 성과와 자질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결혼과 출산, 육아 등 현실적 문제에 가로막히면서 그만두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임원이 되려면 20년 이상은 근무해야 하는데 이 정도로 근무하는 여성직원 자체가 드물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업 위주의 보수적 문화 역시 금융권 유리천장이 특히 더 두터운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리천장이 견고한 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9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서 간신히 20점을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꼴찌다. 한국은 7년째 같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의 유리천장은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주요 산업별로 여성임원 비율을 살펴본 결과 금융보험업의 2018년 여성임원 비율은 3.4%로 전년(3.7%)보다도 0.3%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다른 업종에서 여성임원 비율이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주목받으면서 성평등 기조도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2022년까지 부점장급 이상 여성리더 비율을 현재의 10%에서 20%로 늘리기도 했다. 또 ‘여성직원 직무 다양화’와 ‘우수 여성인재 육성’ 등 관련 제도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여성임원 비율을 25%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여성 지점장을 포함한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30%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그룹 차원의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를 출범해 1기 27명, 2기 49명 등 모두 76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

우리은행 역시 2022년까지 여성리더 비율을 소속장은 15% 수준, 관리자나 책임자급은 45%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여성인재 육성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기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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