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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노조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KBS 내부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18일 KBS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길 사장이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제작비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온 정황을 포착했다"며 "길 사장과 이번 사건에 관련된 간부, 자회사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이날 길 사장에 대한 네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미술비 수의계약을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인사청탁 ▲제작비에서 사장 해외출장비 충당 ▲사장 출장비 계열사에 떠넘기기 등이다.
KBS 새노조는 지난 3월 감사원의 'KBS 및 자회사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길 사장이 미술제작비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체 회계규정을 어기고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계열사 KBS아트비전을 부당지원해 KBS에 1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KBS 새노조는 또 길 사장이 특정기자를 미국 특파원으로 보내기 위해 베를린 지국을 폐쇄헤 KBS에 수억 원의 손실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특파원 신청에서 모 기자를 미국 특파원으로 보내려 했지만 명분이 없자 특파원 정원을 늘리기 위해 베를린 지국을 폐쇄하고 미국 특파원 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KBS 새노조는 "길 사장이 지난해 6번의 출장을 다녀오면서 국제협력실을 통해 정식으로 출장처리와 비용 정산이 마무리된 것이 두 번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출장 비용은 예능국 특집프로그램 제작예산에 몰래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길 사장이 지난해 8월31일~9월1일 터키 출장비를 계열사인 KBS N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KBS N 내부 결재자료에 따르면 길 사장과 수행원 1명의 해외출장비는 모두 1400만 원 가량이며, 인천-이스탄불 1등석 왕복 항공료로 930만 원, 하룻밤 숙박비로 130만 원을 사용했다.
KSB 새노조는 길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노조원을 대상으로 15~17일 실시한 결과 불신임이 97.9%로 나타났다고 공개했다.
총 투표권자는 1224명인데 투표자에 1104명이 참여(투표율 90.2%)해 1081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신임은 2.1%(23명)에 불과했다. KBS 새노조는 “길 사장의 사장직 유지 논란은 신임투표 결과로 종식됐다”고 주장했다.
KBS 새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길 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새노조는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정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해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길 사장이 대통령과 정치 관련 뉴스 보도 원칙을 강요하고 세월호, 국정원, 채동욱 검찰총장 관련 보도 등에 개입해 청와대의 뜻대로 방송을 장악해 왔다“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 기자들은 길 사장의 독립성 훼손 논란과 관련해 길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제작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 KBS 보도본부 부장단 18명, 팀장 49명도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했으며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새노조는 “오는 19일부터 KBS의 독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을 침해한 길 사장이 회사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출근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 사장은 17일 밤 KBS '뉴스9'를 통해 청와대의 보도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길 사장은 "자세한 내용과 입장은 19일 사원과 대화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16일 밤에 열린 기자총회에서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도 관련 요구를 했는가 하면 길 사장도 특정뉴스를 빼거나 축소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수 없이 했다고 공개했다. 김 전 국장은 또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해경을 비판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길 사장이 직접 보도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국장에서 물러날 때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고 공개했다.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내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김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KBS 노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