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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KBO리그’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스와 두산 베어스의 3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를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런 관측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전자 계열사를 무리하게 재편해 편법승계라는 불명예를 안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재편 추진에 촉각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를 놓고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에 나설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을 모두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등 계속 대규모 사업개편을 추진하자 전자 계열사도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팀장은 4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합병 가능성 등이 제기된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합병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합병 추진설은 삼성SDI의 화학사업인 케미칼부문이 물적분할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되면서 불거졌다.
삼성SDI의 사업부문이 전지사업과 전자재료사업만 남은 만큼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전기와 합병해 사업 수직구조화를 강화하고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삼성SDI는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합병해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백지호 삼성전자 전무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계획은 없으며 지금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다만 백 전무는 “계열사 간 합병은 필요한 경우 합병으로 발생할 시너지와 주주가치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서 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 삼성물산과 삼성SDS 합병 시나리오 현실성 있나
증권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를 지배구조 개편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한다.
그동안 삼성SDS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최근 들어 삼성SDS와 삼성물산이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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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면 미래 성장을 위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물산과 삼성SDS를 합병하면 삼성SDS가 삼성물산이라는 플랫폼에서 소프트웨어 역할을 수행해 지주회사로서 성장성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삼는 사물인터넷이나 핀테크 등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역할을 하고 삼성SDS가 소프트웨어 역할을 담당하면서 삼성물산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을 출범한 만큼 삼성물산의 성장성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물론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해 지주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주부문과 삼성SDS를 합병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1조 원의 규모의 자사주 매입 뒤 소각계획을 밝히면서 삼성그룹이 앞으로 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전망도 많다.
그동안 숨가쁘게 추진해 온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삼성맨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확인됐듯이 무리한 합병에 대한 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이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편법승계라는 논란이 거세지는 것도 삼성그룹으로서 희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더 이상 삼성그룹 계열사의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기보다 현재 개편이 완료된 사업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