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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
“부끄럽다. 앞으로 개선하겠다.”(9월17일,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쓴소리도 듣겠다.”(10월30일,롯데그룹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첫회의)
롯데그룹의 이른바 ‘갑질 횡포’ 비판에 대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직접 한 말들이다.
경영권 분쟁과 ‘갑 횡포’는 롯데의 기업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까지 나서서 ‘갑 횡포’근절을 약속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와 이마트(신세계),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납품업체들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가 드러나 12월 중에 제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결과를 보면 대형마트들은 부서별로 설정한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을 위해 중소 납품업체들에 지급해야 할 상품대금에서 판촉비 또는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들은 신규 점포를 열거나 기존 점포를 재단장하면서 납품업체들에 직원 파견을 강요해서 일을 하게 한 뒤 인건비 부담까지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매장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기간(종료일)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서를 교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부당 징수와 직원 파견 강요, 인건비 전가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 유형들”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해 중소기업과 상생공약 등을 내놓았는데 최근 벌어진 이들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약속이 다 빈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동빈 회장은 9월17일 국감에서 롯데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인들의 호소에 대해 “사실이라면 문제라 생각하고 돌아가서 체크해 보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롯데는 10월21일에도 호텔롯데 알바생 13명을 무더기로 해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텔롯데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주지 않고 추후 이 문제에 대해 ‘고소, 고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법 합의서에 서명까지 하도록 강요했다.
신동빈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롯데그룹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보면 “우리 동료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내 가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항상 가족처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라고 돼있다.
그러나 롯데의 행동강령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커 보인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롯데 사태에서 이슈가 된 것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구조 개선, 호텔롯데 상장, 롯데의 국적 문제 등이었다”며 “물론 일리있는 말이지만 롯데 사태의 본질은 재벌이 탐욕과 불법으로 일하는 노동자, 청년을 수탈하고 나아가 중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짓밟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기업문화개선위원회 첫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신 회장에게 회장이 직접 대중과 호흡할 것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참석자들의 의견에 “오너이기 이전에 전문경영인의 자세로 임하겠다”먀 “한마디 한마디가 롯데를 바꾸는 소중한 아이디어이기에 적극 활용하고 도입하겠다”고 화답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참석자들을 향해 “외부의 쓴소리를 기탄없이 경청해 적극 수용하고 다양한 개선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롯데가 진짜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