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통신사업의 성장정체라는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KT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체제에서 약 1년 동안 누렸던 비용감소 효과를 더 이상 거두지 못하고 무선사업에서 수익성이 후퇴했다.
황 회장이 KT 유선사업의 부진만회를 위해 주력하고 있는 ‘기가서비스’의 성장도 더디다.
KT는 ‘미디어콘텐츠’와 ‘금융’, ‘IT솔루션’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 본연사업 '통신'에서 유무선 모두 부진
KT는 30일 올해 3분기에 무선사업과 유선사업에서 매출 1조8441억 원, 1조2844억 원을 각각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선사업 매출은 3.6%, 유선사업 매출은 6.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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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본연사업인 '통신사업'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이다.
황창규 회장으로서는 유선사업의 부진이 예견됐다 해도 무선사업의 부진은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 체제에서 이어온 성장세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KT는 3분기에 무선네트워크 망 접속료 매출이 2분기보다 24.6% 줄었다.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한 무선솔루션사업(기타사업) 매출은 2분기보다 47.2%나 급감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뒤 꾸준히 줄였던 마케팅비용도 3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KT의 3분기 마케팅비용은 6895억 원으로 2분기보다 2.3% 증가했다.
KT관계자는 “단통법 체제에서 이통시장이 안정화 됐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확대하면서 고객에게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게 돼 비용이 다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무선통신 가입자당수익(ARPU)과 LTE 가입자를 늘리는 데도 속도를 내지 못 했다.
3분기에 가입자당수익은 2분기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최근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을 신청하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요금제 가입자는 9월 말 기준으로 200만 명을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가입자가 260만 명까지 늘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LTE 가입자는 1233만 명으로 조사돼 전체 가입자의 69.3%에 머물렀다. 이통3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황 회장이 유선사업에서 부진을 만회할 핵심열쇠로 꼽는 ‘기가(GIGA) 서비스’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3분기 말 기준으로 KT의 기가와이파이(모바일)와 기가인터넷(PC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40만 명과 70만 명으로 조사됐다.
◆ ‘미디어콘텐츠’와 ‘금융’, ‘IT솔루션’에서 성과
황 회장이 올해 3분기에 거둔 성과도 많다.
3분기에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매출 4288억 원을 올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이 8.2% 증가했다.
황 회장은 올해 초 자회사인 KT미디어허브를 KT와 합병하면서 콘텐츠사업 역량을 키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3분기에 국내 신용카드 사용량 증가와 신용카드와 연동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BC카드를 중심으로 한 금융사업 매출도 지난해 3분기보다 2% 늘었다.
황 회장이 글로벌 IT솔루션 사업에서 잇따른 수주성과를 낸 것도 3분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T는 글로벌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5G네트워크 협력 사업 등에서 일궈낸 성과를 앞세워 IT솔루션 매출 5031억 원을 냈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4% 증가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통신사업의 부진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KT는 무선사업에서 LTE 가입자를 늘리는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선사업의 경우 황창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기가인터넷’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내년부터 차세대 네트워크인 '5G' 기술 상용화의 윤곽을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광석 KT 재무실장(CFO)는 “KT는 모바일 네트워크와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늘리고 미디어사업 경쟁력을 키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용 효율화 노력을 지속하고 통신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미래융합사업의 성과도 도출해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