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 KB국민은행장(왼쪽)이 2018년 4월3일 미얀마 행정수도인 네피도에서 우한저 미얀마 건설부 장관을 만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 진출을 위해 낸 도전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KB국민은행은 예비인가를 받았고 하나은행은 도전장을 낸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떨어졌다.
무엇이 두 은행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5~6년 동안 꾸준히 미얀마 정부와 관계를 쌓아온 반면 하나은행은 사전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얀마 현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얀마도 중국의 ‘꽌시’와 같은 특유의 문화가 있다”며 “KB국민은행이 미얀마의 벽을 뚫기 위해 수 년 전부터 민관을 아우르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꽌시는 관계를 뜻하는 중국어로 중국에서는 누구를 접촉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얀마 역시 군부세력이 워낙 오래 정권을 잡고 있었던 탓에 인맥이나 대관업무가 매우 중요해 특히 해외기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은 미얀마가 은행업 개방을 예고한 2013년부터 미얀마에 공을 들여왔다.
2013년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연 데 이어 2014년에는 미얀마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2015년부터는 매년 한국과 미얀마에서 미얀마 건설부, 중앙은행 고위 공무원, 주택건설개발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금융 워크숍도 실시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가 아닌 민간 금융회사가 주도해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초청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2017년에는 미얀마 건설부와 미얀마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지원을 위해 손을 잡았으며 KB마이크로파이낸스법인도 설립해 현재까지 17개 영업점을 열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지난해 미얀마 건설부 장관으로부터 미얀마 주택금융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미얀마 국민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펼쳤다. 미얀마 국민은 군부시절 은행의 ‘뱅크런’ 사태를 겪어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국민의 은행 이용율이 한 자릿수 수준으로 매우 낮고 80%는 주로 금고를 사용한다.
KB국민은행은 2013년 미얀마 양곤에 ‘KB한국어학당’을 열었다. 현재까지 1천 명이 넘는 졸업생이 나왔으며 이들의 한국계 기업 취업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어 CBT(Computer-based Test) 시험장 건물도 기부했다.
이 밖에 마을센터, 송출근로자센터, 건설부 도서관 건립 등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은행업 예비인가 취득을 통해 앞으로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뱅킹서비스를 포함한 주택청약 프로세스, 모기지대출, 기업금융 및 인프라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2014년 1차로 외국계 금융사에 은행업 인가를 내줬고 그 뒤 2년 만인 2016년에 2차로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
이번 3차 은행업 인가는 과거와 달리 현지법인 설립과 리테일(소매금융)업무를 허용했다. 지점을 10개까지 낼 수 있고 사실상 모든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
3차 은행업 개방에서는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도 KB국민은행, 하나은행과 함께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떨어졌다. 첫 도전인 데다 사업적, 사회적 기여도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유리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미얀마의 1차 은행업 개방부터 계속 예비인가를 신청했는데 삼수 끝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2016년 이뤄진 2차 은행업 개방에서는 신한은행과 나란히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신한은행만 인가를 받고 KB국민은행은 고배를 마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