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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14일 취임식에서 “일부 남아있는 갑 의식을 타파하겠다”며 “우리 모두 일류라는 자만과 허울을 벗어던지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와 철강업의 위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이다. 주요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 관계 협력에 앞장서면서 포스코의 갑 문화 타파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권 회장은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5년 간 대규모 신규설비에 약 25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것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향후 3년은 포스코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올해 철강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철강경기는 현재 만성적 수익 감소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세계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나아진다는 기대가 있지만 아직 그런 징후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생산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비철강부문에서 니켈과 리튬 등 첨단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 회장의 위기 의식에는 이유가 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17.2%에서 지난해 4.8%로 급락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강판, 고기능 냉연제품, TMCP 등을 포함해 7대 전략제품을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년간 평균 4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해야만 권 회장이 말한 3년간의 ‘매우 어려운 시기’도 끝이 날 수 있다.
최근 철강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철강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철강업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급과잉이 전세계 철강업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철강소비 감소와 국내 철강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국내 철강업 침체의 원인이 된 탓에 유독 한국에서 철강업 침체가 두드러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이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경쟁력 확보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포스코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방식으로 업황 불황이라는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다.
권 회장은 21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면서 국내 빅3 조선회사를 모두 다녀왔다. 권 회장은 옥포조선소 방문에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면담하고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참여하는 러시아 천연가스개발사업 야말 프로젝트에 포스코 참여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이 빅3 조선회사를 연이어 방문한 이유는 포스코 후판 제품의 최대 고객인 조선회사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권 회장은 국내 빅3 조선회사를 방문한 데 이어 강판제품 마케팅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회사도 직접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한 마케팅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유럽 최대 완성차회사인 폭스바겐은 포스코의 자동차용 초고강도 강판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지시로 철강사업본부가 한 달 넘게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라며 “폭스바겐이 초고강도 강판을 도입하면 다른 유명 자동차기업으로 공급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고객사를 직접 방문하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면서도 권 회장이 포스코의 갑 문화 타파를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 중요 소재인 철강을 수십 년간 독점 공급해오면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철강업이 경쟁체제로 들어서면서 철강회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소통과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갑 문화는 걸림돌이 됐다. 이에 권 회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일부 남아있는 갑 의식을 타파하겠다”며 “우리 모두 일류라는 자만과 허울을 벗어 던지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