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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이제 반도체회사다. 더 이상 스마트폰회사가 아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에 내준 자리를 완전히 되찾았다.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사업에서 5년여 만에 3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가 7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반도체사업에서 올리는 셈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삼성전자를 반도체회사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2위와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김 사장은 2분기부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도 흑자로 돌려세울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시스템반도체의 성장을 중요 목표로 삼았다. 김 사장은 “올해 한국 시스템반도체가 도약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자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또 애플 등의 AP 물량을 수주해 파운드리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삼성전자를 종합반도체 1위로 올리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D램의 확고한 경쟁력 유지
2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올해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세계 D램시장에서 매출기준으로 점유율 43.1%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점유율이 2%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모바일용 D램의 경우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김 사장은 올해 20나노 D램 양산비율을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나노 공정은 생산량이 25나노 공정보다 30% 늘고 반도체의 소비전력은 25% 줄어든다. 원가절감과 성능향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20나노 D램 양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올해 하반기부터 주력D램 공정으로 만들고 수율도 지속적으로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D램 반도체시장의 업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은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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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지난해 5월 시안 반도체 신규라인에서 생산된 낸드플래시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세계 PC 판매량이 줄면서 PC용 D램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PC업체 가운데 D램 재고를 줄이는 곳이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D램 가격도 한 달에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세계 D램시장이 내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물론 삼성전자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PC 수요가 부진하면서 4월부터 PC D램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확대됐다”며 “그러나 삼성전자 D램사업에서 PC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D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며 “그러나 20, 25나노 미세회로공정 전환에 성공한 선두업체는 수익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낸드플래시를 메모리반도체 새 먹거리로
김 사장은 낸드플래시 비중을 늘려 앞으로 메모리반도체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3D V낸드플래시를 적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3D V낸드플래시 기술은 3차원 수직구조로 집적도를 높여 데이터 저장 효율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이 기술로 양산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커스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SSD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44.7%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에 올랐다. 2위 샌디스크와 격차는 33%포인트 이상이다.
더욱이 SSD시장에서 3D V낸드플래시의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기업용 SSD시장에서 3D V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1분기의 예상치인 3%보다 세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IHS는 소비자용 SSD시장에서 3D V낸드플래시의 비중도 기존 2%에서 3%로 올려 잡았다.
이동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는 올해 투자자포럼에서 “3D 낸드플래시 사업을 기업고객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곧 실제적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이 3D V낸드플래시를 양산을 예고하고 있어 하반기에 이들 업체들도 3D V낸드플래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기존의 32단보다 집적도를 한층 높인 48단 V낸드플래시를 양산해 기술격차를 벌리려 한다.
IHS아이서플라이는 “SSD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D V낸드플래시 기술의 우위를 앞세워 당분간 독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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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LSI 사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러 건물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
◆ 김기남 "지속성장 위해 시스템반도체 필요하다"
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만으로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김 사장은 “그동안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반도체를 주축으로 성장하며 세계시장을 주도했지만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시스템반도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는 825억 달러였다. 반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720억 달러에 이르렀다. 시장규모로만 3배가 넘게 차이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반도체에서 후발주자다.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지배해도 종합 반도체 순위에서 인텔에 밀려 2위에 머무는 이유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시스템LSI사업부를 맡으면서 AP와 통신칩에 집중해 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공정을 이용한 AP 생산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소비전력을 줄였다.
김 사장은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7420을 삼성전자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6에 탑재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또 14나노 공정을 앞세워 애플의 차기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A9프로세서’의 물량도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A9프로세서의 최대 위탁생산업체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낸 시스템반도체를 올해 2분기부터 흑자로 돌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퀄컴의 차기 AP인 스냅드래곤820의 위탁생산도 맡을 것이라는 외신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AP 매출 본격화로 2분기에 시스템반도체에서 96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3분기에 14나노 핀펫공정이 안정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자체 물량과 위탁생산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시스템반도체 아직 갈 길 멀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정도 성과로 시스템반도체에서 모바일 AP의 강자 퀄컴이나 대만 위탁생산업체 TSMC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아직 무리가 있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은 매출기준으로 지난해 스마트폰용 모바일 AP시장에서 점유율 52.9%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점유율 4.2%로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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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7420. |
퀄컴은 2013년부터 LTE 통신칩을 모바일 AP에 결합한 통합칩으로 스마트폰이 슬림화하는 추세를 공략했다.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삼성전자가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경쟁업체들보다 한참 앞서 있다”며 “그러나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아 이런 요구를 제때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들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통합칩과 미세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14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10나노 공정을 이용한 AP 양산체제를 내년 말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10나노 핀펫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웨이퍼 실물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픈하우스 행사에 선보였다.
김 사장은 지난달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10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스마트폰 AP의 양산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올해 ‘이팝’ 기술을 이용한 통합칩을 양산해 차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노트5 등에 공급하려는 것도 주목된다.
이팝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램 메모리, 저장용 메모리를 모두 하나의 칩 안에 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실장면적이 40% 감소해 스마트폰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남은 공간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 수 있다. 소비전력을 줄이고 속도는 더 빨라지는 효과도 있다.
더욱이 갤럭시S6에 이어 갤럭시노트5까지 자체 AP 제품을 탑재할 경우 프리미엄제품에 자체 AP를 넣는 전략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이팝 기술을 활용한 엑시노스7422 칩을 갤럭시노트5에 넣을 것”이라며 “엑시노스7422는 삼성전자 최초의 이팝 올인원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