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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 |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른바 ‘섀도 닥터’라고 불리는 비윤리적 대리수술이 횡행한 데 대한 자숙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성형 공화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 이 의사회장 “썩은 살을 도려내겠다” 양심선언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의사회장을 비롯한 상임이사들은 일부 성형외과의 대리수술과 면허대여 불법행위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이와 같은 내부고발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의 사과는 최근 성형 의료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복부지방 흡입시술과 코 성형수술을 받던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세로 의식을 잃고 숨졌다. 수능시험을 마친 여고생이 강남 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은 뒤 석달째 뇌사상태다. 인천에서 가슴성형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의사회장은 “성형수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높은 수준의 의학지식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임에도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상품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고 있다”며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법사실이 밝혀진 병원은 고발하고 자체적으로 정화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의사회는 공공장소에 성형광고를 자제하는 규제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의사회 홈페이지에 ‘의료사고 신고센터’를 개설하기로 했다.
성형 의료사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국회도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15일 성형수술 안전성을 점검하고 규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잇따른 성형사망 예고된 비극인가’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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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목 의사회장과 상임이사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
◆ 드러난 성형외과의 만행…왜 이렇게까지 하나?
의사회 조사결과 밝혀진 성형외과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그 중에 국내 최고 인지도를 자랑하는 서울 강남 G성형외과 사례도 있어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의사회는 “G성형외과 회장을 비롯해 12명의 의사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G성형외과는 의사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가 밝힌 문제가 되는 수술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대리수술을 환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수면유도제를 다량 투여한다. 간단한 코수술은 프로포폴 7cc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환자가 중간에 깨지 않기 위해 적정량의 25배인 100cc를 사용한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개인 성형외과에서 20년 동안 쓸 마취제를 한 명의 의사가 1년 만에 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의 뇌손상 등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환자가 잠들면 환자를 상담했던 간판의사는 퇴장하고 ‘섀도 닥터(Shadow doctor)’가 등장한다. 수술이 끝나면 다시 유명의사가 들어와 차후 상담을 진행한다. 심지어 섀도 닥터 중에 성형외과전문의가 아닌 비전문의사도 있다. 전문의는 1천4백 명 정도인데 비전문의가 8천 명 이상에 이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비윤리적 대리수술이 횡행하는 이유는 의료행위로 분류되서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이 크다. 적발되더라도 실제 상담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기혐의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미 성형외과는 기업화 공장화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혈경쟁의 원인은 어마어마한 광고비와 브로커 비용에서 나온다. 이렇게 광고에 목을 매는 이유는 성형시술의 특성상 유명한 스타의사에게만 환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의사 외에 10~15명의 의사를 고용하는 비용은 저비용 페이닥터를 이용한다.
최근 서울 강남에만 성형외과가 300곳이 넘는다. 이들 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의사들은 점점 무리한 진료를 단행한다. 김선웅 의사회 법제이사는 “의사들은 한 주에 70시간 이상씩 수술한다”며 “하루에 16시간 수술하고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진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생명을 보장하는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전국 1천여 성형외과 중 심장 충격기를 갖춘 곳도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환자들이 몰리는 강남은 오히려 1% 정도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병원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 환자들을 의료사고의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성형천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다. 성형시장 규모가 5조 원으로 전세계 성형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