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신형 에쿠스를 출시하면서 수입차에 빼앗겼던 대형세단시장을 되찾으려 한다.
에쿠스는 한동안 ‘회장님 차’로 불리며 국내 대형세단시장을 독점했는데 신형 에쿠스로 이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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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를 이르면 오는 9월 출시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에쿠스가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신차발표회에 참석하는 등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신형 에쿠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기세가 무서운 데다 BMW 7시리즈의 완전변경 모델도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형 에쿠스가 위장막을 쓴 채 국내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되면서 신형 에쿠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형 에쿠스는 2009년 2세대 에쿠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다. 자동차회사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동력성능이나 디자인 등 현재 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을 국산차 최초로 적용하기로 했다.
플래그십 세단은 자동차회사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자동차회사의 기술력과 철학이 반영돼 경쟁사의 기선을 제압하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정몽구 회장이 에쿠스를 직접 챙기는 것도 에쿠스가 지닌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에쿠스는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쓰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도 의전차량으로 에쿠스가 쓰였다. 칠레 대통령도 취임식 때 의전차량으로 에쿠스를 이용했다. 에쿠스는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행사에도 의전차량으로 이용된다.
플래그십 세단이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플래그십 세단이 잘 팔리느냐에 따라 다른 모델의 판매량도 달라진다.
그러나 신형 에쿠스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에쿠스는 한때 ‘회장님 차’로 불리며 성공과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하지만 에쿠스는 예전과 같은 상징성을 더 이상 지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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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에쿠스 |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입차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대형세단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낮다는 것은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현대차가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에쿠스나 제네시스 등에 현대차와 다른 앰블럼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신형 에쿠스에 대한 고정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에쿠스의 법인 수요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CEO들은 통상 에쿠스를 탄다. 법인차량의 경우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더 선호돼 수입차의 영향을 덜 받는 경향도 있다.
에쿠스는 최근 한 월간지가 국내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차량부문에서 1위로 뽑혔다. 에쿠스는 2003년 이 조사가 시작된 뒤 13년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에쿠스는 2009년 3월 2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2011년까지 매년 1만 대 이상 팔렸다. 2013년 1만3천여 대까지 판매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에쿠스를 8500여 대 파는데 그쳤고 올해도 4월까지 2600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가량 감소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