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개발 노력에 따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가격을 차등적용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새 정책에 따라 연구개발 능력이 취약한 중소제약사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제약사 가운데 휴온스 동국제약 보령제약은 복제약 외에도 사업 다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정책 변화의 영향을 덜받으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29일 제약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복지부가 새로 시행할 복제약의 ‘개발 노력에 따른 차등가격 적용’제도에 따라 자체 연구인력 등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의 비용 증가와 수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복지부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복제약 약가 개편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신규 복제약과 기존 복제약의 적용시기를 다르게 해 중소제약사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소 제약사들은 이번 정부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유예기간에 복제약에 주력하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제약사 가운데 휴온스는 복제약 외에도 당뇨용 패치 미용의료장비 등 사업 다각화가 잘 이뤄져 이번 정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앞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됐다.
휴온스는 이오플로우의 당뇨환자가 부착하는 인슐린 패치제품 ‘이오패치’를 국내에서 독점 판매한다. 이오플로우에 20억 원의 지분투자도 했다.
휴온스는 덱스콤의 연속혈당측정기 ‘G5’의 판매권도 지니고 있다. 정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오패치와 G5 판매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휴온스 관계자는 “미간 주름개선용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휴톡스’를 국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며 “피부미용 의료장비를 출시하는 등 기존 의약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뷰티부문 제품 개발 및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약과 보령제약도 자회사를 통해 다각화와 새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국제약은 동국생명과학을 자회사로 두며 조영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2021년까지 매출 1176억 원, 영업이익 141억 원을 낸다는 목표를 정했다. 조영제는 영상진단 검사를 할 때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이다.
보령제약의 자회사 바이젠셀은 세포독성 T세포 치료제 개발기업으로 현재 림프종 치료제의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초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복제약시장이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상위 제약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복제약은 일괄적으로 오리지널(원조) 의약품의 55.55%의 가격을 적용받았지만 정책 변경 뒤에는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등의 세부요건을 채웠느냐에 따라 낮은 가격이 매겨진다.
연구개발 능력이 떨어져 단순한 과정을 거쳐 복제약을 생산하는 중소 제약사의 수익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은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을 인체에 각각 투여해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 통계학적으로 증명하는 실험이다. 품목당 평균 2억 원 정도 실험비용으로 들어간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소 제약사들은 많은 연구인력을 지니고 있지 않아 자체적으로 실험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정책으로 중소제약사들은 단기적으로 연구개발(R&D)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쟁업체가 줄면서 리베이트를 비롯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줄 것"이라며 "상위 제약사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복제약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복지부의 복제약 가격 차등 적용정책은 복제약이 난립해 원료 품질관리가 미흡해 국민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등은 시장에 유통되는 복제약을 제한해야 한다고 복지부를 설득했다.
복지부는 복제약시장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복제약의 가격을 차등해 매겨 제약사가 들인 노력을 가격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 시행은 제약사의 책임감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제약사들의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