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7년2개월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엔화약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일본기업과 경쟁이 심한 분야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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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장 마감 뒤 100엔 당 899.24원을 기록했다. 27일보다 0.15%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2008년 2월28일 이후 900원 이상을 유지했다. 800원 대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기업들은 엔화약세가 심화하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과 일본은 해외수출 상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겹친다.
한국과 일본은 2013년 기준으로 수출경합도 0.5를 기록했다. 두 나라의 수출품목 중 50%가 겹친다는 뜻이다.
엔화약세가 심화할수록 일본기업의 해외 가격경쟁력은 높아진다. 한국기업은 가격경쟁력에 밀려 상대적으로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행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액이 평균 4.6%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수출액은 최근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관세청이 24일 발표한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액은 272억54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줄었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런 추세는 4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월 수출액이 3월보다 줄어들게 되면 최근 5년 가운데 수출액 감소세 최장기록을 세우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했다. 그뒤 수출액이 4개월 이상 줄어든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엔화약세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부문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기업들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1분기에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7.9%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7.8%보다 0.1%포인트 늘었다. 일본 토요타는 올해 1분기에 14.6%로 점유율을 높였다. 2014년 1분기 13.9%에서 0.7%포인트나 늘었다.
일본 조선회사들도 선박 수주량을 늘리면서 한국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20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일본 이마바리조선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누적 수주잔량 3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3위가 된 뒤 2개월 연속 자리를 지켰다.
일본 조선회사들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전체 기업을 통틀어 선박 수주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이 선박 수주량 1위가 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과 철강부문은 일본기업과 주요 수출품목이 상대적으로 덜 겹친다. 그러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엔화약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년 평균 100엔당 900원을 유지할 경우 올해 석유화학 부문 수출이 지난해보다 13.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부문 수출도 지난해보다 11.4%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엔화약세 현상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엔화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중심인 한국경제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엔화약세 현상과 관련해 “환율이 위든 아래든 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있다면 정부가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