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을 참고해 북한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뜻이 보인다.
오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27일 북한 쪽 수행단 일부와 함께 베트남의 대표적 산업단지인 하이퐁을 방문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베트남의 산업 발전 현황을 경험하고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 ‘도이머이(쇄신)’를 배워 북한에 도입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오 부위원장은 북한의 경제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전자공업상, 금속기계공업성 부상,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 등을 거치며 산업과 재정 분야를 담당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오 부위원장 외에 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수행단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 쪽 수행원 명단을 살펴보면 노동당 고위급 인사가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보강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평해 부위원장은 북한의 내각과 행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건설 주도권을 내각이 쥐고 있어 김 부위원장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경제를 고려한 선택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오 부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외교안보 분야와는 거리가 먼 경제와 행정 관료로 분류된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수행단의 면면을 보면 구색을 갖춘 모양새”라며 “수행단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과 같은 열차에 탔다는 선물을 줘 동기부여하고 베트남의 발전상을 보고 배워 북한에 실행하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새로 추가된 수행원들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과 중국 정상회담 등에서 수행원이 독자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며 “수행단이 재량권을 지니며 회담에 참여하기보다 김 위원장 수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체제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수행원은 김 위원장의 부속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도 2차 정상회담 때 새로 나온 인물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하며 언론에는 자주 노출됐다. 핵무기 협상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미국 쪽 수행단은 대체로 1차 정상회담 때와 비슷한 구성으로 외교안보라인과 측근 보좌진으로 진용을 갖췄다. 사임과 은퇴 등으로 사람이 교체되긴 했으나 규모와 성격 측면에서 직전 정상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 북한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탑승명단에 빠져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비행기로 하노이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미국 정상은 27일 오후에 만나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친교만찬을 함께 한다.
핵심의제를 다루는 본격적 정상회담은 28일부터 진행된다. 두 정상은 오전에 단독 정상회담에서 주요 사안을 논의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오후에 고위급 인사가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확대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벤트성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공동합의문이 완성되면 두 정상은 합의문에 서명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끝나면 바로 출국한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3월2일까지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도 소화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