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12-21 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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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있을까?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내년 1월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할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 황창규 KT 회장.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1(33.33%)을 넘기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다. 2015년 6월 ‘3년 시한’으로 도입됐고 예정대로 올해 6월 일몰됐다.
합산규제는 'KT법'으로 불릴 정도로 유료방송 사업에서 독주를 하고 있던 KT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여겨졌다.
KT는 30.8%의 시장 점유율(올해 상반기 기준)로 유료방송 사업자 가운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종전 규제 기준인 33%에 근접한 만큼 합산규제의 재도입 여부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합산 규제가 다시 도입된다면 KT의 가입자 확대는 벽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분기별로 가입자 수를 집계하는데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어설 때에는 즉각 가입자수를 줄여야 한다. 마케팅 활동도 중단된다.
KT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를 위한 양질의 저렴한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싶어도 33% 규제의 캡이 씌워지면 제한이 생긴다”고 말했다.
KT는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케이블TV 인수 등을 통해 가입자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된다면 인수합병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된다.
물론 규제가 부활하기 전에 딜라이브 인수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규제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자칫 인수합병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KT를 향한 정치권의 눈초리도 매서워질 수 있다.
게다가 아현국사 화재사건에 따른 피해보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몸집 불리기에는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비판 여론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KT 측에서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합산규제 재도입이 불발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2015년 2월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산규제가 통과됐을 때에도,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가결됐을 때에도 KT는 시장 나눠먹기식 규제가 웬말이냐며 ‘위헌소송에 나서겠다’고 극렬히 반발했지만 결국엔 뜻을 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시장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다양한 독점 행태를 규제하고 있는데 이 기조는 변한 것이 없다”며 “합산규제법이 사실상 KT를 겨냥해 만들었던 법인만큼 KT가 쉽사리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시장은 애타는 KT와는 상관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 대표이사가 “CJ헬로 인수의 결론을 내년 상반기 안에 보여줄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직접 나서서 발표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시장점유율이 11.41%인 LG유플러스와 13%인 CJ헬로가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이 24.4%까지 오른다. 순식간에 KT와 몸집이 비슷해진다.
KT는 오랫동안 딜라이브를 점찍어 뒀고 딜라이브 역시 매각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쉽사리 나설 수가 없다. 딜라이브를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 국민유선방송투자는 1조원에 달하는 신디케이트론과 8000억원의 전환사채, 딜라이브는 4000억원의 차입금을 내년 7월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합산규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 KT는 11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해왔고 KT스카이라이프는 12일 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인수의 필요성 알리는 설명회도 열었다.
KT의 위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의 관계자는 "넷플릭스나 OTT사업자 등이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나가고 있는 만큼 KT 역시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며 "인수합병 대상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